2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만난 한 베트남 소녀는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노란 리본들을 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이 소녀는 “불교 국가에서 성장해 넋을 위로하고 생명의 소생을 염원하는 한국 사람들의 기도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청계천 주변의 전통등 전시회에는 오색등뿐 아니라 백등 150개가 설치돼 있다. 불교에서 백등을 켜는 것은 넋을 위로하는 의미다. 하루 전 열린 점등식에서도 조계종 천태종 태고종 등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소속된 종단 책임자들이 참석해 노란 리본을 달고 실종자들의 귀환을 바라는 기도를 올렸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연등행사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부산과 울산 등 일부 지역은 행사를 취소했고, 다른 지역들은 추모의 뜻을 담아 행사를 축소하기로 했다.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연등회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최근 홈페이지에 “중요무형문화재 122호인 연등회는 천년을 이어온 우리 고유의 전통이며 즐거우나 괴로우나 실시해 온 우리 민족의 한과 흥이 함께 서린 문화재이며 의례이다. 행복할 때는 축제이지만 올해 같은 힘든 시기에는 넋을 달래고 혼을 기리는 의례 역할을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사실상 대한민국이 국상(國喪)을 치르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종자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이제 남은 가족들도 생각해야 할 때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은 유족과 생존자들을 보듬어야 한다. 말 그대로 종교의 힘이 필요할 때다. 수많은 연등에 이 같은 염원이 담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