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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에 수상한 법인… 兪씨 일가, 재산 빼돌린 의혹

입력 | 2014-04-25 03:00:00

[세월호 침몰/유병언 수사]
계열사 통해 17억 이상 출자… 자본금은 1040만원에 불과
美부동산 취득 당시 신고 안해… 금융당국, 외환거래법 위반 확인




굳게 닫힌 차남 소유 35억짜리 美저택 미국 뉴욕 주 웨체스터카운티 파운드리지에 위치한 유혁기 씨의 대저택. 최소 10개 정도의 방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 집은 매입 가격이 345만 달러(약 35억8213만 원)에 이른다. 초인종도 없어 사전에 약속된 사람만 출입할 수 있는 폐쇄된 구조다. 24일 기자가 저녁까지 거주자와 접촉하려고 시도했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조세회피처인 파나마에 해외법인을 세워 재산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금융당국은 유 전 회장이 미국에서 1388만 달러(약 144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외국환 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국내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는지와 자금 출처를 캐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기업정보 공개 사이트 ‘오픈코퍼레이트’에 따르면 유 전 회장 일가가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회사인 ‘다판다’와 ‘문진미디어’는 2004년부터 파나마에 설립한 해외법인의 지분을 나눠 가졌다. 다판다의 최대 주주는 유 전 회장의 장남인 유대균 씨이며 문진미디어의 대표이사는 차남인 유혁기 씨다.

금감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다판다와 문진미디어는 2004년 각각 4억3000만 원씩을 투자해 ‘퍼시피아홀딩스’ 지분 절반씩(49.99%)을 보유하기 시작했다. 또 오픈코퍼레이트에 따르면 그해 2월 파나마에는 ‘파나 퍼시피아홀딩스’라는 회사가 세워졌다. 금감원 감사보고서상 회사명에 ‘파나(Pana)’란 단어가 붙은 것 외에 이름이 같다.

이어 2006년에는 다판다가 문진미디어가 보유한 퍼시피아홀딩스의 지분 22.23%를 매입했으며 같은 해 파나마에는 ‘퍼시피아홀딩스’라는 이름의 또 다른 회사가 설립됐다. 반면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지만 앞서 설립됐던 회사인 ‘파나 퍼시피아홀딩스’는 청산됐다.

파나마에 설립된 이 회사와 금감원 감사보고서에 등장하는 ‘퍼시피아홀딩스’가 같은 회사라는 의혹이 생기는 대목이다. 파나마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가 집중된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꼽히는 국가다.

또 다판다와 문진미디어는 파나 퍼시피아홀딩스를 설립하면서 각각 8억6000만 원씩 출자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자본금은 1만 달러(약 1040만 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 일가가 이 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또 유 전 회장이 자녀와 회사 명의로 199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등에 구입 당시 가격 기준으로 고급 아파트와 주택 등 1388만 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을 취득한 자는 투자 대금을 보낸 지 4일 안에 은행에 관련 사실을 신고해야 하지만 유 전 회장 일가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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