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협회 DMZ 문학기행 120여명 참석 시낭송-땅굴탐사
김종철 한국시인협회장(왼쪽 서 있는 사람)이 시인들 앞에서 북녘 시인들에게 띄우는 시를 낭송하고 있다. 파주=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경기 파주시 문산읍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을 넘어 임진강을 건너면 비무장지대(DMZ) 직전에 만나게 되는 캠프 그리브스. 이곳에 주둔했던 미군의 이전으로 지금은 버려진 옛 기지터. DMZ 너머 적을 겨눈 ‘적의’가 장전돼 있던 이곳에서 시인들은 ‘비무장’을 노래하는 시를 낭송했다.
17일 한국시인협회 주최로 열린 DMZ 문학기행은 김종철 시인협회장과 신달자 김종해 정호승 박정대 정끝별 이건청 등 시인 120여 명이 모여 대립과 차이의 경계인 DMZ를 가로지를 상상력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정끝별 시인은 이날 낭독한 ‘북녘 시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의 산맥과 강물이 하나로 이어져 있듯, 그리하여 하나의 바다와 들에서 만나듯, 서로의 어깨를 달려가고 싶습니다. 눈 감고 꽃을 보듯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하고 싶습니다”라고 썼다.
참석자 중에는 원로 시인이 적지 않았지만 이들은 분단 현실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안전모를 쓴 채 허리를 잔뜩 굽힌 자세로 땅굴을 탐사했다. 도라전망대에서는 개성시내의 윤곽밖에 허락하지 않는 흐린 날씨에 안타까워했다.
이건청 시인은 “휴전선이 무너지는 일은 먼 훗날일 수도 있지만 시인들은 상상력으로 이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시인들로부터 DMZ를 소재로 한 시를 받아 9월 사화집을 낼 계획이다.
서울의 벚꽃은 이미 져버렸지만 DMZ엔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봄을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DMZ에서 시인은 노래했다.
파주=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