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11년간 오로지 수원 삼성에서만 뛰었던 곽희주가 올해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해외로 나선다. 행선지는 도쿄FC다. 도쿄FC는 14일 곽희주의 영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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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노장’서 도쿄 ‘베테랑’으로…제2의 축구인생 곽희주
11년 ‘원 클럽 맨’ 수원과 재계약 불발
입단 테스트까지 거쳐 J리그 도쿄FC행
늘 꿈만 꿨던 해외무대…33세에 도전
은퇴는 ‘마음의 고향’ 수원서 하고 싶어
“노장(old boy)보다는 베테랑(veteran) 아닌가?” 일본프로축구 J리그 도쿄FC 관계자가 입단 테스트를 받던 팀 훈련장에서 땀을 닦던 곽희주(33)에게 던진 한마디다. 노장과 베테랑…. 사실 속뜻은 같다. ‘노장’의 영어식 표현은 ‘베테랑’이다. 그런데도 ‘노장’은 왠지 모르게 퇴물, ‘베테랑’은 전문가를 칭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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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홀로서기!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 나왔다.
“도쿄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 전까지 고민이 정말 많았다. 앞날도 불투명했고, 흐지부지 떠나는 게 아닌가 싶어 불안했다. 다행히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이젠 진가를 보여줄 일만 남았다.”
-계속 수원에서만 뛰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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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부상이 많았다.
“이곳저곳 아픈 데가 많았다. 그런데 수원을 떠나고 도쿄 이적을 확정할 때까지 3개월여간 팀 훈련을 쉬었다. 마음은 불편했어도 몸은 많이 좋아졌다. 부상도 없다. 경기감각만 좀더 끌어올리면 될 것 같다.”
-수원 시절 ‘역경도 뒤집으면 경력이 된다’는 카카오톡 문구가 화제였다.
“고난도, 고비도 있어야 삶이 재미있는 게 아닌가. ‘아프고 힘들어도 포기는 하지 말자’는 게 신조다. 도쿄에 왔더니 구단 직원이 내게 격려 아닌 격려를 해줬다. ‘당신은 노장이 아니라 베테랑이다’라고. 그 말을 듣고, 느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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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은 ‘도쿄 맨’, 마음은 ‘수원 맨’
-수원과 갈등은 없었나? 이런저런 루머도 많았는데.
“아니, 서운함은 전혀 없다. 떠날 때와 놔줘야 할 타이밍이 맞았다. 내가 잘 뛰는 게 수원에 보답하는 길이라는 것도 안다. 마음의 고향은 수원이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다. 수원의 옛 동료들과 서포터스, 구단 식구들 앞에서 갈채 받고 현역에서 떠나고 싶다.”
-왜 일본이었는지.
“J리그는 FA(자유계약) 신분 선수가 시기에 관계없이 언제든 새 팀을 찾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도쿄의 경우, 외국인선수 쿼터가 2장이나 남아있었다. 운도 따라줬다.”
-입단 테스트에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나.
“구단 입장에선 날 받아주는 게 모험이다. 도쿄에 첫 발을 내디딘 지난달 27일부터 정말 짧고도 긴 기다림이었다. 그래도 자신 있었다. ‘직접 보고 가치를 판단하라’는 생각이었다. 이탈리아 출신 (마시모 피카덴티) 감독님도 좋게 봐주셨다.”
-복덩이를 가졌다고 하는데.
“우승하고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작년 시즌 후 결혼식을 했다. 2년간 미뤄둔 결혼여행을 하와이로 갔는데, 첫 날 별동별 3개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걸 목격했다. 그날 허니문 베이비가 탄생했다. 남자 아기인데, 태명은 ‘별동이’다. 큰 딸 민솔(2세)과 아내(이유정·30)에게 부끄럼 없는, 항상 당당한 가장이 되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