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용·정치부
심재철 최고위원은 “‘안 철수’한다고 했다가 ‘철수’했으니 이름(철수)이 불명예스러운 트레이드마크가 됐다”며 “본인이 만든 V3백신은 바이러스를 잡아놓고, 자신은 말 바꾸기로 약속위반 바이러스만 만들었다. 이제 그만 다운(down)될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대표의 정계 은퇴까지 촉구했다. 심 최고위원이 ‘다운’이란 단어를 언급하자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이처럼 박장대소할 상황인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최 원내대표는 그간 안 대표를 향해 “기초선거 무공천은 당원과 국민의 뜻과 다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1년 4개월 전 당원과 국민의 뜻도 모른 채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약속하고, 이를 담은 정책공약집까지 발간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아집’을 부린 것인지도 묻고 싶다. 최 원내대표가 안 대표의 기초선거 공천 폐지론에 ‘아집’이라며 비난해왔다는 점에서다.
최 원내대표는 11일 “여야 모두 다소 무리했던 공약으로 국민께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크게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했을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먼저 선거 룰 혼선을 초래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자중자애해야 한다.
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