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타자는 물론이고 심판들도 ‘선구안’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70만 개가 넘는 투구를 분석한 결과 메이저리그 구심의 스트라이크·볼 판정 중 14%가 틀렸다고 합니다. 공 7개 중 1개는 스트라이크였는데 볼로 선언하거나 그 반대로 선언했던 겁니다. 특히 이런 현상은 3볼 0스트라이크에서 심했습니다. 이때 심판이 스트라이크라고 선언한 공 중 18.6%는 사실 볼이었다고 합니다.
국내 프로야구는 자료가 부족해 정확한 비교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전부 보여주지는 않지만 거의 모두 보여주는 비키니처럼 확인할 수는 있습니다. 2011∼2013시즌 프로야구에서 구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내린 공은 모두 28만3984개. 이 중 심판이 스트라이크라고 선언한 공은 31.3%(8만8942개)였습니다. 3볼 0스트라이크에서 이 비율은 50.7%로 올라갑니다. 이 상황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타자가 5.9%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심판들 역시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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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버메트리션(야구 통계학자)들은 프레이밍 실력도 순위를 매겼습니다. 이를 보면 통산 타율이 0.237밖에 되지 않는 호세 몰리나(39·탬파베이)가 강팀이 즐비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8년째 뛰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그는 2012년 프레이밍이 제일 좋은 포수였고, 지난해에도 그의 막냇동생 야디에르(32)에 이어 4위였습니다. 야디에르는 6년 연속 내셔널리그 포수 골드글러브를 탔습니다. 몰리나 형제 중 맏형 벤지(40)는 2002∼2003년 아메리칸리그 포수 골드글러브 수상자이고 말입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이렇게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SK는 지난 2년 동안 조인성(39)과 정상호(32)가 6 대 4 비율로 마스크를 나눠 썼습니다. 조인성이 공을 받았을 때는 상대 타자가 치지 않은 공 중 30.5%가 스트라이크였고, 정상호의 경우에는 31.8%였습니다. 물론 똑같은 투수의 공을 똑같은 경기에서 똑같은 심판이 판정할 때 받은 게 아니기 때문에 이 기록만 갖고 정상호의 미트질이 더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미트질의 최종 목적이 실점을 막는 데 있다고 한다면 역시 정상호가 한 수 위입니다. 정상호가 마스크를 썼을 때 투수들은 삼진도 더 많이 잡았고, 볼넷도 적게 내줬습니다. 당연히 평균자책점도 더 낮았습니다. 조인성은 ‘앉아 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도루 저지에서도 정상호에게 뒤집니다. 방망이 솜씨도 정상호가 지난해 역전했습니다. 지난해 포수로 나왔을 때 OPS(출루율+장타력)에서 정상호는 0.622를 기록했는데, 조인성은 0.595에 그쳤습니다.
그렇다면 정상호를 SK 안방 터줏대감이던 박경완(42)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박경완과 정상호가 함께 뛴 2010∼2012년으로 범위를 바꾸면 박경완이 마스크를 썼을 때 스트라이크 비율은 31.4%, 정상호는 31.5%였습니다. 어쩌면 정상호는 풀 시즌을 뛰기 힘든 체력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과소 평가받는 포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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