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지휘 노태문 삼성전자 부사장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앞으로 스마트폰의 혁신은 헬스와 피트니스 같은 건강관리 기능과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기술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갤럭시S5에 들어간 기능 개발을 총지휘한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혁신제품개발팀장(부사장)은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술 스펙 자체를 위한 혁신에 빠지지 않도록 최대한 경계했다”며 “‘숫자에 집착하지 말자’ ‘기본으로 돌아가자’ ‘새로운 기능 때문에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면 안 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노 부사장은 갤럭시S5를 ‘의미 있는 혁신 제품(Meaningful Innovation Product)’이라고 정의했다. 소비자들의 일상에 가치를 더하면서 동시에 시장 선도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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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방수와 방진 기능은 기술이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어 기존에는 대량생산되는 ‘플래그십 모델’(대표 제품)이 아닌 특정 모델에만 적용해 왔다”며 “하지만 갤럭시S5로 ‘방수 방진 기능=특정 모델’이란 공식은 깨지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서 생체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갤럭시S5는 새로운 표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부사장은 “그동안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생체 데이터를 지문 인식과 같이 보안 용도로만 활용했는데 갤럭시S5는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건강관리를 하자는 방향을 제시했다”며 “스마트폰의 수준이 한 번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수 방진을 비롯해 많은 기능이 중요하지만 실제 적용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갤럭시S5 같은 대량생산 제품에 장착하기로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삼성전자가 모바일 1위 기업으로서 어렵지만 의미 있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노 부사장은 ‘곰돌이 인형 사건’을 꼽았다. 심장 박동을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아닌 곰돌이 인형에서도 약한 반응이 감지된 것. 갤럭시S5는 빛으로 피부 안쪽 혈액의 흐름을 측정하는 원리를 이용해 심장박동을 재는데 워낙 미세한 빛의 반사량과 변화량을 측정하다 보니 생물이 아닌 사물에서도 반응이 나타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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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