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내수시장] 소비재 6대 품목 매출 살펴보니
6대 소비재 가운데 자동차, 휴대전화, 옷, 신발 등 1년 이상 오래 사용하는 내구재 품목의 판매가 늘고 있는 것은 ‘무조건 아끼고 보자’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아낄 만큼 아꼈으니 이제 꼭 써야 할 데엔 쓰자’는 쪽으로 바뀌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 3월 수입차 판매량 사상 최대
실제 이 3가지 지표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8년 12월에 일제히 감소한 반면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올 1월에는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에는 할인점 매출액이 감소했지만 차량 판매량과 백화점 매출액은 계속 늘었다.
경기 회복의 조짐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업종은 자동차와 휴대전화 분야다. 우선 현대자동차의 3월 판매량은 5만7812대로 지난해 같은 달(5만6056대)보다 3.1% 증가했다. 한국GM의 판매량은 1.5%, 쌍용차는 18.8% 증가했다. 3월 수입차 판매량은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3월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1만5733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3670대(30.4%) 증가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주가 상승으로 심리적으로 여유로워진 수요층이 구매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5’의 국내 하루 평균 판매량은 7000∼1만 대로 지난해 7월 나온 ‘갤럭시S4 LTE-A’(하루 1만∼1만3000대 판매)보다 부진하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 중 2곳이 영업정지 중인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휴대전화 업계는 분석했다.
특히 갤럭시S5가 국내에서만 보름가량 일찍 출시된 것이라 삼성전자가 세계 공식 출시일인 이달 11일에 맞춰 물량을 대거 풀고 본격적인 광고와 마케팅에 돌입하면 판매수치는 지금보다 빠르게 치고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체감경기 살리는 대책 필요”
다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건 문제로 꼽힌다. 경기가 회복된다는 확실한 믿음이 없어 소비자들이 지갑을 과감히 열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 일부 내수 관련 기업들은 경기회복의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신발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부분이 별로 없다”며 “일부 업체에서 저렴한 기획아이템으로 매출을 간신히 올릴 뿐 본격적인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성장률을 근거로 한 수치상의 경기회복에 집착하지 말고 체감경기를 살리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서민과 중산층이 느끼는 체감경기와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가 큰 차이를 보이면 국민들의 박탈감이 커진다”며 “체감경기에 미치는 효과가 큰 건설경기 부양 등의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장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