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이진한 의사·기자
이러한 병원의 변화는 진료 외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의료진 위주에서 탈피해 환자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배려하는 ‘휴머나이징 기술’이 병원 진료를 따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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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MRI의 경우 긴 터널 같은 공간에 1시간가량 누워 있어야 하고 ‘휘이잉’ 기계 돌아가는 소음이 너무 커서 진료 시 공포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꼼짝 않고 있어야 하므로 몸이 불편한 환자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특히 기기 안에 몸이 들어가지 않는 고도비만 환자나 손이 심하게 뒤틀린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 아주 어린 소아 환자들은 검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휴머나이징 의료 기술이 MRI에도 도입됐습니다. 가령 GE헬스케어의 MRI 장비 중 디스커버리 MR750W는 촬영 시 머리가 아닌 발부터 들어가게 돼 있어 환자의 공포를 줄여줍니다. 또 팔이나 다리 등 특정 신체부위만 촬영할 수 있는 기기도 개발돼 폐쇄공포증이 있거나 고도비만 환자 혹은 신체가 불편한 환자들도 편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멘스의 마그네톰 스카이라는 출입구를 기존 60cm에서 70cm로 넓혔고 환자가 들어가 검사를 받는 터널 길이를 170cm 정도로 줄였습니다. 어두운 터널에 파스텔톤 조명을 활용해 환자의 긴장감을 줄이려는 배려도 하고 있습니다. 필립스의 ‘아치바 3.0T TX’ 역시 MRI 외관에 안락한 분위기의 조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헬리콥터와 유사한 소음도 대폭 줄여 가정용 전기믹서보다 낮은 수준까지 낮췄습니다. 어떤 MRI는 검진 중 마이크를 통해 환자가 보호자나 의료진과 대화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소아 환자나 폐쇄공포증 환자는 MRI 촬영 중 보호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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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