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 채권단 압박… 신용전망 잇단 하락 갚아야할 빚 눈덩이… 자산 매각 지지부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금융권 안팎에서는 동부그룹이 구조조정 시기를 놓쳐 위기에 빠진 동양그룹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당국이 직접 개입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당국의 압박에 동부그룹은 추가 자구안을 제시하는 등 대처에 나섰다.
○ 금융당국, “구조조정 속도 늦다” 경고
금융권에서는 동부그룹이 최근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묶어 파는 ‘패키지 딜’에 난색을 보인 것이 금융당국의 개입을 부른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동부그룹은 패키지 딜 방식의 매각 방침에 대해 “각각 시장에 매물로 내놓고 경쟁을 붙이면 더 많은 매각대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동부그룹의 이 같은 태도가 매각을 지연시켜 전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동부그룹, “자구계획 예정대로 진행”
채권단에서는 동부그룹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계열사의 자체 노력만으로는 정상화가 쉽지 않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동부건설의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1조1942억 원으로 자본금(1934억 원)의 6배가 넘었다. 지난해에만 178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617.5%까지 상승했다. 동부제철은 지난해 1405억 원의 적자를 내 4년 연속 적자에 빠졌다.
이 두 회사가 올해 갚아야 하는 차입금은 2조406억 원에 이른다. 이달에만 11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고 5, 6월에 1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송수범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동부그룹의 현금 흐름을 감안하면 상반기(1∼6월)에 자구계획 이행이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동부하이텍 지분 매각을 위해 국내외 주요 기업에 인수제안서를 보내고 공개 매각에 착수했다. 동부익스프레스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KTB PE와도 조만간 본계약을 할 예정이다. 동부그룹은 최근 채권단에 동부메탈 대전기술원, 동부팜한농 울산 비료공장 부지 등의 자산을 팔아 5000억 원을 추가로 마련하는 내용의 수정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기존에 동부그룹이 발표한 자구계획을 이행하는 게 먼저”라며 수정 계획안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상훈 january@donga.com·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