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침투 파장] 갈수록 진화하는 北 무인기
○ 무인기 10년 이상의 기술 격차
정보당국 관계자는 3일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의 비행 궤적이 굉장히 촘촘한 데다 카메라 성능도 매우 뛰어나다”며 “두 기체의 기술 수준이 10년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이 ‘초보적인 수준’이란 평가를 내린 파주 무인기와 달리 백령도의 무인기는 첨단기술이 적용됐다는 설명이다.
배터리에 ‘기용날자’ 북한식 표기 선명 경기 파주시 야산에서 추락한 채 발견된 무인기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3일 국방부가 공개했다. 날짜 대신 북한식 표기법인 ‘기용날자’ ‘사용중지날자’ 등이 선명하게 적혀 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에 따르면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는 경기 북부와 청와대 등 서울 상공을 비행하며 사진 193장을 촬영한 뒤 엔진 고장으로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주 무인기가 촬영한 사진에는 청와대, 경복궁 주변뿐만 아니라 서울 은평구, 경기 고양시 삼송동 지축역 일대 등도 포함된 것으로 군 조사 결과 나타났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파주에서 발견된 기체에서 채취한 지문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 거주하는 사람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특히 군은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가 1.4km 고도에서 시속 100∼120km로 북쪽에서 날아와 소청도와 대청도를 스캔하듯 ‘S’자 형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이 섬들에 배치된 군 기지와 부대시설을 100여 장이나 집중 촬영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두 섬에는 공군의 레이더 기지와 해군 함정, 해병대 부대 등이 주둔하고 있다.
만약 무인기가 연료 부족으로 백령도에서 추락하지 않고 북으로 귀환했다면 상당한 양의 군사기밀이 유출돼 대북 경계태세에 큰 위협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향해 발사한 포탄이 떨어진 탄착군을 확인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군은 카메라 촬영 영상 송수신 장치 존재 여부에 대해선 재차 ‘없음’을 강조했다. 김민석 대변인은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에는 0.9GHz짜리 무선 송수신 장치가 달려 있었다”며 “이는 무인기를 조종하거나 GPS 신호를 수신하는 장치로, 촬영된 사진을 전송하는 장치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날 합동참모본부 북한정보부장의 관련 보고를 받고 난 뒤 “청와대 근접 촬영은 (지상) 1.2km 정도에서 이뤄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 북한 인민군 정찰총국 주도, 총련 연관성도
군 정보소식통은 “두 무인기에 장착된 일제 카메라의 출처를 조사한 결과 일본 내에서 구매된 정황이 드러났다”며 “북한이 총련 등을 통해 입수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군 당국은 이번에 발견된 북한의 무인기를 제작, 운용한 곳으로 대남 침투와 정보 수집을 총괄하는 인민군 정찰총국을 지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소행임을 밝혀줄 핵심 단서로 기체에 탑재됐던 카메라의 시리얼 넘버(일련번호)가 주목받고 있다. 시리얼 넘버는 각 제품의 고유번호로 이를 추적하면 제조 공장과 판매 시기, 장소 등 구체적인 이력 확인이 가능하다.
정보당국이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에서 발견된 니콘 카메라가 일본을 거쳐 입수됐다는 유력한 정황도 시리얼 넘버를 추적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일본의 총련 등을 통해 카메라를 구했을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얘기다.
총련에서 조달한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한일이 공조해 관련 조직을 제재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는 직접 인명살상에 사용되는 무기류와 대량살상무기(WMD)만 규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다른 국제기구의 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