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북적이는 DDP와 달리… 한산한 동대문 패션타운 가보니
매장 곳곳이 비어 있는 굿모닝시티 쇼핑몰 지하의 모습.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하지만 사거리 바로 앞에 있는 한 패션쇼핑몰은 분위기가 아주 달랐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산한 느낌이 났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4층과 6층, 7층에는 아예 사람들이 출입할 수 없도록 천막이 쳐져 있었다. 이곳을 찾은 주부 최선아 씨(40)는 “몇 년 만에 들렀는데 영업을 안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 1세대 소매 패션몰 상당수 침체
인근에 있는 밀리오레는 상황이 좀 나아 보였다. 중국,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하지만 위층으로 좀 올라가니 군데군데 비어 있는 매장들이 나타났다. 한 상인은 “5년 전만 해도 비어 있는 매장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빽빽했다”고 했다. 가방이나 지갑 등 잡화를 파는 매장에는 지드래곤, 이민호 등 한류 스타들의 화보들이 걸려 있었다. 아예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한류 상품 매장으로 ‘업종 전환’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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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세대 소매 패션몰들 중 상당수는 지금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라모도 쇼핑몰과 케레스타는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중국 상인들이 몰리는 도매 시장 쪽이나, 패션 소매점들 앞에서 노란 천막을 치고 장사를 하는 짝퉁상품 야시장이 오히려 장사가 더 잘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어떤 곳은 공실률이 50%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 문제는 심각하지만 대안은 ‘글쎄’
1세대 패션쇼핑몰의 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온라인쇼핑몰의 득세, 유니클로 등 해외 제조유통일괄형 의류(SPA) 브랜드의 인기, 대기업 유통회사들의 아웃렛 진출 등 유통환경의 변화를 이유로 들었다. 동대문수출지원센터의 한 관계자는 “동대문 패션쇼핑몰의 가장 큰 장점이 가격이 싸다는 것이었는데, SPA 브랜드나 아웃렛 매장에서 판매되는 유명 브랜드 의류 가격이 동대문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 치명적이었다”고 말했다. 일부 점원들의 불친절한 태도도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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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패션e셀러개발원의 한경구 원장은 “동대문 패션몰들은 경영전문가를 영입해 회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많은 전문가가 문제점을 제기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게 문제”라며 “차라리 특화된 상품 몇 가지에 집중하는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고 밝혔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