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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소풍 온 것 같다더니 데뷔전서 17안타 몰아친 kt 위즈

입력 | 2014-04-02 06:40:00

프로야구 10구단 kt 조범현 감독(왼쪽)을 비롯한 선수들이 1일 경기도 고양시 벽제구장에서 열린 경찰야구단과의 퓨처스리그 개막전에 앞서 식전행사를 치르고 있다. kt는 2011년부터 퓨처스리그 3연패를 달성한 경찰야구단을 상대로 18-3으로 대승을 거두고 역사적인 첫 걸음을 내디뎠다. 벽제|김종원 기자 won@dong.com 트위터@beanjjun


■ ‘10구단’ kt 위즈 첫 경기 하던 날…만우절 매직

kt, 내년 1군 입성 앞서 퓨처스리그 데뷔전
조범현 감독 “크게 이기지 말아 달라” 엄살
그래놓고 강호 경찰야구단 맞서 18-3 대승

김사연, 사이클링히트에 깜짝 홈스틸까지

“날씨도 좋고 딱 소풍 온 것 같네요.”

타격과 피칭으로 가볍게 몸을 푼 선수들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배달한 도시락을 하나둘 받아들고 오순도순 여담을 나누며 점심을 먹었다. 2군을 상징하는 ‘눈물 젖은 도시락’이 아니었다. 싱그러운 봄과 맞닿은 새 출발이자 선물이었다. 봄 소풍에서나 즐길 법한 설레는 마음이 그윽했다. 최고 기온이 22도까지 오르고 따스한 햇볕까지 더해져 영락없는 축제의 날이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구단 프런트 모두 한 마음이었다. 제 10구단으로 창단한 kt 위즈는 1일 경기도 고양시 벽제구장에서 열린 경찰야구단과 퓨처스(2군)리그 개막전을 시작으로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 조범현 감독, 경기 전 상대 팀에 엄살

kt는 내년 1군 무대 진입을 앞두고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90경기를 치르는 대장정에 오른다. kt 조범현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광근 수석코치는 “선수단 전체적으로 디테일이 떨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승리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이날은 마침 kt스포츠단이 법인화된 지 만 1년째 되는 날이었다. 구단 프런트는 이날을 ‘역사적인 날’이라고 부르면서 승리를 기원했다.

조 감독은 경기 전 유승안 경찰야구단 감독을 찾았다. 유 감독이 이끄는 경찰야구단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퓨처스리그를 3연패한 절대강호. 두 감독은 서로 안부를 물으며 상대 전력을 탐색했다. 유 감독이 “(kt는) 2군 라이벌이다. 우리도 SK나 롯데한테 다 졌다. 경기해봐야 안다”고 앓는 소리를 했다. 이에 조 감독은 “점수 많이 내서 이기지 말아 달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도 유 감독은 따뜻하게 격려했다. 그는 “북부리그가 세다. 막내(kt)가 시련 좀 겪을 것이다. 초반에 맷집을 키워야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북부리그는 이들 팀과 함께 SK, 두산, LG, 넥센이 포함됐다. 전력이 모두 뛰어나다는 평이다. 조 감독은 가벼운 농을 덧붙였다. “선수들이 올라온 거 같은데, 애들이…” 라고 말끝을 흐리며 “이숭융, 김민재 등 걸출한 코칭스태프를 투입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웃었다.

조 감독은 실전 감각을 익히면서 차근차근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지만 우선 팀플레이에 주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어린 선수들이 프로무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3개월을 시한으로 못 박았다. 그는 “선수들을 두루 시험하면서 윤곽을 잡아갈 것이다”고 했다. 남해와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그리고 대만 타이중에서 160여 일 동안 훈련하면서 장기적인 계획에 맞춰 조금씩 몸 상태를 올리고 있다.

● 퓨처스리그 3연패 강호 경찰야구단 대파

막상 경기에 들어가자 kt는 ‘마법사’처럼 경기를 지배했다. 장단 17안타를 몰아치는 화끈한 공격력을 드러내며 경찰야구단에 18-3으로 크게 이겼다. 올 시즌 1선발 중책을 맡은 경북고 출신의 1차지명 신인 박세웅이 1회와 3회에 각각 유민상과 김인태에게 홈런을 맞으며 3실점했다. 하지만 베테랑 신명철이 5회 우측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리며 3-3 균형을 맞췄다. kt는 6회 상대 유격수 최윤석이 땅볼을 흘린 틈을 타 역전을 만들었고, 김사연과 신명철이 연속안타를 터뜨리며 4점을 보태 승기를 가져왔다. 7∼9회에만 10점을 뽑아내며 상대를 두들겼다.

역사적인 첫 득점은 리드오프 김사연이 뽑았다. 볼넷과 희생번트로 3루까지 진출한 그는 좌완투수 진야곱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으며 홈스틸에 성공했다. 진야곱은 재빨리 홈으로 공을 던졌으나 홈플레이트를 크게 벗어났다. 김사연은 이날 ‘사이클링히트(3루타∼2루타∼홈런∼안타)’를 기록하며 만점 활약했다. 퓨처스리그 역대 21번째 사이클링히트였다.

테이블 세터 김사연과 신명철은 나란히 7타석에서 5타수4안타 2볼넷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기대주 박세웅은 5이닝 4안타(2홈런 포함) 4볼넷 3실점으로 첫 승을 따냈다.

퓨처스리그 강호를 상대로 공식 데뷔전을 승리로 이끈 조 감독은 “신명철의 홈런으로 분위기를 가지고 왔다. 실수해도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젊음이 큰 무기다”고 환하게 웃었다.

벽제|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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