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이 국산 양복지를 내놓기 전까지 양복을 해 입으려면 마카오에서 밀수입한 값비싼 영국산 모직에 의존하는 일이 많았다. ‘마카오 신사’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공장을 방문해 “애국적 사업이야. 제일모직의 노력으로 온 국민이 좋은 국산 양복을 입게 됐다”라고 감격했다. 이 회사에 대한 이병철의 애정도 각별했다. 제일모직은 그가 대표이사 직책을 맡았던 몇 안 되는 삼성 계열사 중 하나였다.
▷직물사업으로 출발한 제일모직은 패션, 케미컬, 소재사업에 차례로 진출하면서 혁신을 거듭했다. 회사 설립연도는 삼성물산(1948년) 제일제당(1953년)보다 늦었지만 그룹의 실질적인 모태로 인정받았다. 오랫동안 ‘삼성의 인재 사관학교’로도 불렸다. 이학수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장(부회장), 김징완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 이상현 전 삼성전자 사장, 송용로 전 삼성코닝 사장, 유석렬 전 삼성생명 사장,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이 모두 제일모직 출신이다.
광고 로드중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