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아이/정유미 글·그림/228쪽·2만9000원·컬쳐/플랫폼 ◇지슬/김금숙 그림/264쪽·1만4900원·서해문집
제주도4·3사건을 형상화한 그래픽 노블 ‘지슬’의 한 장면. 만화는 움직이는 원작 영화의 장면 장면을 붓과 먹을 써서 유려한 수묵화로 포착해냈다. 서해문집 제공
정유미 작가는 2009년 자신이 제작한 동명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그림책 ‘먼지아이’로 옮겼다. 애니메이션은 2009년 프랑스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그는 애니메이션 그림을 골라 연필로 다시 그렸다. 독서실에서 그리다가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 때문에 쫓겨나기도 했다. 6개월 동안 그린 5000여 장의 그림을 골라 만든 책은 2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볼로냐도서전 최고상인 라가치상 뉴호라이즌 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 그림 작가가 라가치상 대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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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슬’은 제주도4·3항쟁을 다룬 동명의 영화(오멸 감독)를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으로 문학적 성격이 강함)로 옮겼다. 영화는 국내 독립영화 사상 최다 관객 동원을 기록하며 선댄스영화제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그래픽 노블로 옮기는 작업은 자전적 만화 ‘아버지의 노래’로 프랑스 ‘문화계 저널리스트들이 뽑은 언론상’을 수상한 김금숙 작가가 맡았다. 김 작가는 영화가 보여준 흑백의 미학을 붓과 먹을 이용한 수묵화로 확장했다. 수묵화의 흑백 대비 속에 빨갱이로 몰려 억울하게 학살당한 제주민의 아픔이 더 묵직하게 전해진다.
여기에 만화적 상상력도 더했다. 사랑하는 순덕이 국군 손에 죽은 사실을 확인한 만철이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갈 때 그 산이 어느새 순덕이가 돼 있다. 애틋한 추억 회상 장면도 잠시 다음 장을 넘기니 양쪽 페이지 모두 시커먼 먹지로 만철의 먹먹한 심정을 담아냈다.
책 vs 책 코너가 영상 vs 책의 대결이 됐다. 지슬의 추천사를 쓴 박재동 화백의 말을 빌려본다. “책은 쉽게 다시 펴 볼 수 있고 또 여기저기 마음대로 펼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보는 사람이 주인이 되어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지요.”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