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朴대통령에 인사… 회담 내내 미소
“박근혜 대통령님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미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옆자리에 앉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박 대통령의 얼굴을 쳐다보며 한국말로 인사했다. 준비해 온 원고를 읽은 그의 발음은 알아듣는 데 별 무리가 없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총리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한일 정상회담을 희망했다. 이날 박 대통령을 공식적인 정상회의 자리에서 처음으로 만난 아베 총리가 한국어 인사말로 성의를 보인 것이다. 딱딱한 분위기를 깨려는 듯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아베 총리는 기자들에게 “지극히 유의미한 자리였다”고 말해 3국 정상회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박 대통령과의 첫 회담에서 한일 양국에 공통 과제가 있음을 재인식했다.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오늘 회담을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발전의 제1보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미래를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반응을 동시에 드러냈다.
아사히신문은 26일 “(세 정상이) 북한 문제를 놓고 긴밀하게 협력해 나기로 했다.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인식 문제는 화제에 오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 해소가 본격적인 한일관계 개선을 막는 높은 장애물로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마치 일본 언론의 우려를 확인시켜주듯 아베 총리의 한일관계 발전 언급이 나오자마자 일본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이자 ‘망언 제조기’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유신회 공동대표는 일본의 조선 식민지화가 일본 방어를 위한 것이라는 망언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