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정. 사진제공|KBL
SK, 모비스와 4강 PO 2차전 승리 비결
실패 땐 공격권 날려 슈터들 시도 줄어
감독들도 호불호…유재학 “못던지게 해”
문경은 “중요한 한방 해줄 거라 믿었다”
2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렸던 SK-모비스의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선 ‘속공 3점슛’이 화두에 올랐다. 이날 5개의 3점슛을 터뜨린 주희정(SK)은 4쿼터에만 3개의 3점슛을 꽂았는데, 이 중 경기의 흐름을 바꾼 2개의 3점슛이 바로 속공에서 나온 3점슛이었다. 그러나 팀 동료들이 공격진용을 채 갖추기도 전에 쏜 슛이라, 이를 두고 이런저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패 시에는 허무하게 한 차례의 공격권을 날려버릴 수도 있는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속공 3점슛에 대해 “모 아니면 도와 같은 식의 플레이다. 팀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나는 선수들에게 속공 3점슛을 못 던지게 한다”고 말했다. 과거 유 감독은 전자랜드 사령탑 시절 SK 문경은 감독을 선수로 두고 있었는데, 당시 문 감독의 특기가 속공 3점슛이었다. 유 감독은 “문 감독은 워낙 슛 던지기를 좋아했던 데다 확률이 높아서 못 던지게 막지는 않았다”고 떠올렸다.
주희정의 속공 3점슛은 모비스와의 4강 PO 2차전에서 SK를 살린 무기였다. 선수시절 속공 3점슛을 즐겨 던졌던 문 감독은 “주희정의 3점슛을 보고 속이 다 시원했다. 1차전에서 선수들이 슛을 아끼다가 실책만 범하고 완패를 당했다. 2차전에서 적극적으로 슛을 던지라고 주문했는데, 때마침 주희정이 잘 풀어줬다”며 속공 3점슛을 반겼다.
● ‘슈터상실시대’에서 빛난 주희정의 자신감
속공 3점슛은 과거 문경은 감독을 비롯해 조성원, 김병철 등 한국농구를 주름 잡았던 슈터들의 전유물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LG 문태종 정도만이 속공 3점슛을 구사할 정도로 드물어졌다. 대부분의 팀들은 철저하게 안전한 득점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정통슈터의 부재도 또 다른 이유다. 유재학 감독은 속공 3점슛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배포와 자신감 없이는 던지고 싶어도 못 던진다. 주희정이 그 상황에서 슛을 던졌다는 건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트위터 @stopwook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