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시스 잠(1868∼1938)
“나의 사랑하는 이” 너는 말했다.
“나의 사랑하는 이” 나는 말했다.
“눈이 오네.” 너는 말했다.
“눈이 오네.” 나는 말했다.
“좀더, 좀더” 나는 말했다.
“이렇게, 이렇게” 너는 말했다.
“이렇게, 이렇게” 나는 말했다.
그런 뒤, 너는 말했다.
“난 네가 정말 좋아.”
그리고 나는 말했다.
“난 네가 더 정말 좋아.”
“여름은 갔어.” 너는 말했다.
“가을이 왔어.” 나는 답했다.
처음처럼 비슷하지는 않았다.
마침내 너는 말했다.
“내 사랑아, 네가 참 좋아.”
매맑고 숭고한 가을날의
노을 눈부신 저녁빛을 받으며.
나는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해주렴.”
조흔파 선생의 한 명랑소설에 이 시의 첫 연이 실려 있었다. ‘이게 다야? 별 싱거운 시도 다 있네’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내 감상이었다. 그런데 그 시구가 오래도록 머리에 남았다. ‘나의 사랑하는 이, 너는 말했다./나의 사랑하는 이, 나는 말했다.’ 짧고 쉽기도 했지만 뭔가 새콤달콤한 맛이 감돌았기 때문이리라. 제목도 지은이도 몰랐던, 내 어린 날의 사랑의 시여라.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