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는 직접 돈을 발행해 차입하기만 하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꿈 같은 시절이 마침내 끝났다는 뼈아픈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화폐의 전망’·필립 코건·세종연구원·2013년 》
우리는 살면서 빚을 진다. 집을 마련하고 차를 사고 학비를 내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세금만으로 공공지출을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차관에 의존한다. 빚은 역사가 깊다. 한 원시인이 다른 원시인에게 도끼를 빌리기 시작한 때부터 인간은 빚과 함께했다. 이처럼 빚이 오래 계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채권자는 채무자가 돈을 갚고 은행들은 고객이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현재 금융시스템이 견고하게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드디어, 어떻게 그 빚을 갚아야 할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2011년 8월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1계단 강등시켰다.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조차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채무국의 지위를 의미하는 AAA등급을 상실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신용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책장을 넘길수록 부채 문제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다고 뚜렷한 해결책을 얻는 건 아니지만 현재 세계가 부닥친 금융위기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