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여유 있게’ 사랑할 수 있을 때를 기다리는 ‘마린보이’ 박태환. 그러나 그는 사랑을 잠시 뒤로 미루고 다시 인천아시안게임을 정조준하고 있다. 손으로 하트를 그리는 박태환의 미소가 유난히 아름다워 보인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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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린보이 박태환
호주 챔피언십서 자유형 100m 한국新
“라이벌 쑨양? 수영은 나 자신과의 싸움
연애는 은퇴 이후에…연아가 부럽네요”
스포츠동아가 창간한 2008년 박태환(25·인천시청)은 베이징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선수가 올림픽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36년 베를린대회 데라다 노보루(일본·남자 1500m) 이후 72년 만이었다. 박태환은 단숨에 한국 아마추어스포츠를 대표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6년의 시간이 흘렀다. 2009로마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잠시 시련을 겪었지만, 박태환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부활한 뒤 2011상하이세계선수권대회와 2012런던올림픽에서도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과시했다. 이제 ‘마린보이’ 앞에는 9월 인천에서 열리는 2014아시안게임이 펼쳐져 있다. 호주전지훈련 도중 잠시 귀국한 박태환을 13일 만났다.
● 마린보이는 아직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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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도 이제 20대 중반이다. 잠시 외출을 다녀와도 피곤함을 느낀다. 강도 높은 훈련을 한 이후 회복능력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고 믿는 이유가 있다. “노련미, 운영의 묘는 더 붙은 것 같아요. 앞으로 관리를 잘 한다면, 더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이언 록티(30·미국)도 2011상하이세계선수권에서 27세의 나이로 5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 쑨양? “라이벌은 본질이 아니라 코팅”
박태환과 쑨양(23·중국)의 대결은 인천아시안게임 최고의 흥행 카드로 꼽힌다. 라이벌에 대한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선수도 있지만, 박태환은 다르다. “저는 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운동해요. 누군가를 이기겠다는 것은 그 위에 입히는 코팅일 뿐이죠. 만약 다른 선수를 목표로 삼는다면, 그 선수를 이긴 뒤엔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겠어요.” 박태환은 주종목인 자유형 400m 승부에서 최근 3년간 쑨양에 2승1패를 거뒀다.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1상하이세계선수권에선 쑨양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런던올림픽에선 쑨양에 이어 은메달을 땄다. 400m 아시아기록(3분40초14) 역시 현재 쑨양의 몫이다. “쑨양과 경기를 하면서는 항상 자신이 있었어요. 딱 한번 불안했던 적은 있었죠. 런던올림픽 때 (예선에서 실격파동을 겪은 뒤) 결승에서 몸이 안 좋았거든요. 그 땐 이기면 대박이고, 지면 본전이라는 생각이었어요. 지금도 마이클 볼(호주) 감독님께서 그러세요. ‘훈련한대로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요.”
● “언젠간 여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때가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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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린보이에서 레전드로!
런던올림픽 이후 후원사였던 SK텔레콤과 결별한 박태환은 현재 어려운 여건 속에서 훈련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유명수학강사 우형철(SJR기획 대표) 씨가 ‘2년간 10억원의 지원’을 약속하기 전까지는 자비로 호주전지훈련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대박이 나서 다시 후원사가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탄력을 받으면,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도 도전자의 입장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기업도 윈-윈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도움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죠.” 마린보이는 이제 한국 스포츠의 레전드가 될 준비도 시작했다. 그간 국제대회 포상금을 “꿈나무들을 위해 써달라”며 대한수영연맹에 기탁해왔고, 조만간 인천광역시와 손잡고 장학재단도 설립할 예정이다. 스포츠외교와 행정에도 관심이 있다. 박태환은 “언젠가는 대회 운영 등 선수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문제들이 개선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