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보고 온 ‘코리안 빅리거’]<하>볼티모어 윤석민
윤석민은 지난달 볼티모어와 3년 계약을 하고도 취업 비자가 나오지 않아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다. 계약이 생각보다 늦게 이뤄졌고, 비자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마음 편히 훈련을 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윤석민은 역시 윤석민이었다. 16일 뉴욕 양키스와의 시범경기에 처음 등판해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TV로 피칭을 지켜봤는데 제구력과 로케이션(포수가 받는 볼의 위치)이 과연 한국 대표 투수다웠다. 훈련량이 부족해 난타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자기 공을 자신 있게 뿌렸다. 마이너행을 통보받기 직전에 출전한 20일 탬파베이전에서도 홈런 1개를 맞긴 했지만 2이닝 1실점으로 나쁘지 않았다.
이왕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선발이 되어야 한다. 미국에서 같이 식사를 하면서 윤석민에게도 직접 이야기했지만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다. 3년 계약을 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3년째인 2016년에 잘하면 된다. 지금 당장 선발과 불펜, 메이저와 마이너를 따질 이유가 없다.
올해 양키스에 입단한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는 “메이저리그를 동경해서 온 게 아니라 승부를 하러 왔다”고 했다. 윤석민도 그런 야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줬었다. 한국에서처럼 미국 야구를 휘저을 생각을 해야 한다. 어중간하게 메이저리그에 남아 있느니 트리플A에서 구위와 감을 잡고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자기 공을 던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구위다.
마이너리거 가운데 메이저리그로 승격할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는 탬파베이의 유격수 이학주다. 스윙이 아주 좋더라. 최근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긴 했지만 올해는 기회가 한 번 올 것 같다.
정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