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협력사 대출사기 1조8335억… 허술 관리-부실 심사 감독 ‘합작품’
서모 씨가 충북 충주시에 부친 명의로 지은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의 고급 별장.
○ 관리는 허술, 심사는 부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19일 KT ENS 협력업체의 대출사기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KT ENS 협력업체인 ㈜중앙티앤씨 대표 서모 씨(44)와 ㈜엔에스쏘울 대표 전모 씨(49) 등은 2008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463차례에 걸쳐 KT ENS 허위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나은행 등 16개 금융기관으로부터 1조8335억 원을 대출받은 혐의다. 미상환액은 2894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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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도 대기업인 KT의 이름만 보고 서류 위조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서 씨 등 8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대출사기에 관여한 업체 직원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남태평양의 바누아투공화국으로 달아난 것으로 보이는 전 씨를 인터폴에 ‘적색수배’했지만 바누아투공화국이 인터폴 가입국이 아니고 한국과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지도 않아 추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 직원 연루에 금감원 ‘당혹’
경찰은 또 금감원 자본시장조사1국 김모 팀장(50)이 핵심 용의자에게 관련 정보를 알려준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팀장은 금감원이 대출사기 조사를 시작한 1월 29일 서 씨 등과 통화하며 조사 내용을 알려주는가 하면 직접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김 팀장은 서 씨가 보유한 경기 시흥시 농원의 지분 30%를 갖고 있고 골프 접대 등 수억 원의 금품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직위해제된 김 팀장은 대구 출신으로 2005년 고등학교 동창의 소개로 같은 고향 출신인 서 씨를 소개받아 8년 넘게 용의자들과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찰 결과 김 팀장 외에 추가로 이번 사건에 연루된 내부 직원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금감원 조사 내용을 서 대표 등 용의자들에게 알려줬지만 대출사기 범죄를 공모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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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화별장 카지노 등 ‘흥청망청’
경찰 조사 결과 금융기관이 받지 못한 대출금 가운데 약 1265억 원은 다른 금융기관 대출금 및 사채를 갚는 데 사용됐다. 또 창고 빌딩 아파트 등 부동산 매입(277억 원), 코스닥 상장업체인 다스텍 인수(280억 원)와 인건비 등 회사 운영(347억 원) 등에도 쓰였다. 나머지는 대부분 개인 용도에 사용됐다. 서 씨는 충북 충주시에 부친 명의로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의 별장을 지었다. 고급 수입 자재로 건축된 별장은 수영장과 연못 족구장 노래방 등의 시설을 갖췄다. 전 씨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에 15억 원짜리 고급 빌라를 구입해 내연녀에게 선물했다.
이들은 또 벤츠 등 수억 원대의 고급 외제 승용차를 구입하고 강원랜드 마카오 등 국내외 카지노를 다니며 도박자금으로 쓰기도 했다. 해외 골프여행도 수시로 다녔다. 이렇게나마 사용처가 확인된 금액은 약 2282억 원으로 나머지 612억 원가량은 어디에 쓰였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핵심 용의자인 전 씨가 잡혀야 정확한 사용처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전 씨의 입을 통해 관련 기관들에 대한 ‘로비설’이 사실로 확인되면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조종엽 jjj@donga.com·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