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옥 전 국방부 차관
정부는 이번 방위비 분담협정의 의미를 설명할 때 유·무형 양면의 이익을 동시에 강조할 필요가 있다. 미국 측 요구 금액을 최소화했고 분담금액 대부분도 국내 경제로 환원되고 고용창출 효과도 있게 했다는 등 주로 유형적인 이익을 극대화했다는 면만 부각시키기에 앞서 방위비 분담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막대한 무형적 안보이익을 국민에게 잘 알릴 필요가 있다.
한반도 및 주변 군사 정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미국은 핵잠수함 정찰 활동의 60% 이상을 한반도 인근 해역과 태평양에 집중 전개하고 있다. 미국 본토에 주둔하던 기계화 보병대대를 경기도 북부에 배치하고 F-16 전투기 편대를 한반도에 추가 배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런 조치들은 한반도 평화 유지와 전쟁 억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비용분담(cost sharing)이든 역할분담(role sharing)이든 적정 수준의 방위분담(defense-burden sharing) 관계가 아니고서는 기대할 수 없으며, 한미가 포괄적인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한 호혜적 동맹관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미 양국 정부가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의된 비준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상황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4월 방한을 앞두고 양국 간 신뢰 강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이런 틈을 비집고 미일동맹을 더욱 내세우려고 할 것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은 더이상 산술적 계산의 결과가 아니다. 미국 측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우리 측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식도 아니었고, 미국은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우리는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형식도 아니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양국 간의 상호주의적 산물이 방위비 분담 합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박용옥 전 국방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