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14일(현지 시간) 아베 총리가 역대 총리의 역사인식을 계승하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과거사와 관련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사과는 일본의 주변국 관계 개선 노력에 있어 중요한 장(章)을 기록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을 긍정적인 진전으로 간주한다”고 평가했다. 최근 한일관계 개선을 강력히 주문해온 미국은 아베 총리의 이번 발언이 나오기까지 일본 정부와 조야를 상대로 상당한 설득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아베 총리 발언에 ‘평가는 하되 국면을 전환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앞으로 한일관계와 동북아 관계가 공고히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외교부도 14일 “아베 총리의 발언에 주목하며 일본 정부가 올바른 역사인식에 입각한 행동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아나가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국 일각에서는 24,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세하는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통한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한미일 정상회담이 연출될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안보정상회의 일정이 촉박해 세부 의제 조율이 쉽지 않은 데다 양국의 내부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많다. 한 외교소식통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미국 당국자들은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언론은 한일정상회담 성사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요미우리신문은 “핵안보정상회의에 맞춰 일본이 제안한 한미일 정상회담에 박 대통령이 응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고노 담화 수정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산케이신문은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에 긍정적인 평가를 보인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라며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이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일본 정부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다만 아베 정권이 고노 담화 작성 과정을 검증하겠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았고 이는 담화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의혹이 강해 정상회담을 위한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정미경 mickey@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 조숭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