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부산요금소서… 통행료 2억 수송차량 털려
텅 빈 금고만… 현금 2억여 원이 실린 현금수송차량이 10일 오전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부산요금소 인근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도난당했다. 텅 빈 금고만 남기고 부산 금정구 청룡동 부산보호관찰소 앞에서 범행 15분 만에 발견된 수송차를 경찰이 감식하고 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이날 오전 1시 10분경 수송업체인 V사 부산지사 소속 운전자 김모 씨(33)와 안전요원 배모 씨(27)가 현금수송차량인 검은색 스타렉스 승합차를 몰고 경부고속도로 경북 경산요금소로 향했다.
이들은 이틀에 한 번꼴로 경북 경산∼영천∼건천∼경주∼서울산∼경남 통도사∼양산∼부산∼남양산∼물금∼대동요금소에서 통행료를 수거한 뒤 부산 사상구 삼락동 사무실로 가서 입금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오전 3시 27분경 이들은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부산요금소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통행료 수거 차량은 평소 3명이 1개 조를 이뤄 근무해 왔지만 3개월 전 S 씨가 퇴사해 2명만 근무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차량에는 가로 120cm, 세로 150cm 크기의 금고와 비상벨만 설치돼 있을 뿐 다른 안전장치는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도난 차량은 V사 소속 현금수송차량 28대 중 블랙박스가 설치되지 않은 7대 가운데 한 대다. 또 수송 직원들은 수금할 때마다 금고 문을 매번 열고 닫는 것이 번거로워 항상 열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요금소 폐쇄회로(CC)TV에는 범인의 모습이 전혀 찍히지 않았다. 현금수송차량이 요금소 사무실과 가장 가까운 곳인 계단 밑 CCTV 사각지대에 세워져 있어 범행 장면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것. 범인은 감시카메라가 없는 회차로를 이용해 빠져나갔다.
경찰은 이동시간을 제외하면 몇 분 만에 돈을 빼내 도주한 것으로 보아 미리 대기하던 차량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범행 과정을 볼 때 현금수송차량의 이동경로와 CCTV 위치, 허술한 보안상태 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소행으로 최근 퇴사한 S 씨를 용의자로 보고 있다. 차량이 발견된 지점의 CCTV에 흐릿하게 찍힌 범인의 인상착의, 키와 걸음걸이가 S 씨와 비슷하다는 것. 경찰은 S 씨가 서울로 잠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