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패럴림픽 아이스슬레지하키… 한국, 러와 승부치기 혈투 끝 환호
그물이 흔들리는 순간. 사방은 적막에 휩싸였다. 경기장에 가득했던 격정적인 응원의 물결이 출렁임을 멈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그중 하나였다. 정지된 듯한 장면을 배경으로 움직이는 것은 기뻐하는 한국 선수들과 몇 명 안 되는 한국 응원단뿐이었다.
2014 소치 겨울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 출전한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팀이 9일(한국 시간) 러시아 소치의 샤이바 아레나에서 승부치기 접전 끝에 러시아를 3-2로 눌렀다.
연장전 5분을 득점 없이 마친 두 팀은 승부치기에 돌입했다. 승부치기 2-2에서 러시아의 네 번째 슈터 드미트리 리소프가 퍽을 날렸지만 한국 골리 유만균에게 막혔다. 한국의 차례. 대표팀 김익환 감독은 승부치기 첫 번째 슈터로 내세웠던 조영재를 다시 내보냈지만 심판들이 막았다. “4번째 슈터부터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두 팀이 합의한 사항”이라며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김 감독은 한민수를 선택했다. 심판진은 여기서 또 한 번 한국의 흐름을 꺾으려 했다. 센터라인을 넘어 돌진하던 한민수를 다시 출발하게 한 것.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의 스틱을 떠난 퍽은 그물 상단에 정확히 꽂혔다. 한민수는 “지난해 안방(경기 고양)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에 진 것을 꼭 되갚아주고 싶었다. 초반에 끌려 다니다 경기를 뒤집은 것이 더 기분 좋다.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치=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