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의 맛/안대회 정병설 외 지음/320쪽·1만8800원·문학동네 韓日 학자들이 탐구한 18세기 지구촌의 식탁
18세기 조선의 기록을 검토했을 때 가장 많이 거론된 술, 삼해주(왼쪽 사진)를 곁들인 정갈한 술상. 프랑스 여행가 샤를 루이 바라는 19세기 조선에서 이 술을 맛보고 “중국 일본 술을 저만치 따돌릴 만하다. 고국에 가져가고 싶다”고 극찬했다. 당시 프랑스는 술을 곁들인 만찬을 향유하며 철학과 예술을 나누는 사교문화가 발달했다. 1737년 장프랑수아 드 트루아가 그린 ‘사냥의 점심식사’(오른쪽 사진)는 당시의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문학동네 제공
그런데 먹으면서도 신기했던 이 찌개 맛엔 숨겨진 역사가 있었다. 안성찬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부교수는 김치와 사워크라우트가 먼(어쩌면 가까운) 친척이었음을 소개한다. 고유한 전통음식이라 믿는 독일인에겐 미안하지만, 유럽을 휩쓴 몽골이 고려의 김치나 중국 김치 쏸차이(酸采)를 전파한 것이었다. 원래 사워크라우트도 ‘신맛 나는 채소 혹은 배추’라는 뜻. 독일 위키피디아도 가장 유사한 발효음식으로 한국 김치를 꼽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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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꼭지가 다 재밌지만, 역시 우리 음식을 다룬 글들에 눈길이 간다. 지금은 사시사철 먹는 복(鰒)은 18세기엔 봄철에만 먹는 서울 음식이었다. 봄이면 한강을 거슬러 복어 떼가 올라오는데 복사꽃이 지기 전(5월경)에 먹어야 참맛을 안다고 했다. 그 시절에도 중독 사고가 잦았는데, 사대부들조차 찬반으로 갈리어 논쟁을 벌였다. 참고로 ‘鰒’은 전복을 가리키는 한자어라 당시엔 ‘하돈(河豚)’, 물돼지라 불렀단다.
18세기 일본에서 유행한 조선 음식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조선도 음식도 아닌 ‘우육환(牛肉丸·쇠고기 환약)’이다. 16세기부터 메이지유신 때까지 일본은 종교적 이유로 쇠고기 식용을 금했다. 다만 약으로 복용하는 것만 허용했는데, 이게 한반도에서 제조법이 전해진 우육환이었다. 일종의 육포로 만든 알약인데, 역시 ‘원조’의 인기가 남달랐던지 (조선과 가까운) 쓰시마 섬에서 만들어 조선 우육환이라 광고해야 잘 팔렸다.
‘18세기의 맛’은 유쾌한 책이다. 필자마다 다소 차이가 있긴 해도 인터넷에 연재했던 이력 덕분인지 글이 쉽고 편하다. 18세기 음식이란 주제로 한정했는데도 이렇게 무궁무진한 얘깃거리가 있다는 점도 놀랍다.
아쉬운 점도 있다. 사료도 부족했을 테고 취향도 작용했겠지만 너무 한국이 속한 동북아시아와 유럽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태국 베트남 요리나, 잠깐 감자 편에서 언급할 뿐인 아메리카 대륙 음식도 소개했으면 좋았겠다. 겹치는 대목도 상당한데 영국을 네 차례 이상 다룬 건 좀 과하다. 어쨌든 책을 덮고 나니 쩝쩝 입맛 다셔지는 게 많다. 문득 정월 돼지날(亥日) 세 번에 걸쳐 담근다는 ‘삼해주(三亥酒)’에 복지리 한 사발이 확 당긴다. 카, 18세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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