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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이광표 기자의 문화재 이야기]그들은 왜 반가사유상에 푹 빠졌을까

입력 | 2014-03-05 03:00:00

美뉴욕서 ‘신라특별전’… 관광객들 감탄사 연발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에서 전 세계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미국 뉴욕에 가면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있습니다. 영국 런던의 브리티시 뮤지엄(영국박물관),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박물관이지요. 이곳에선 지난해 10월 말부터 올해 2월 말까지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이 열렸습니다. 신라인들이 황금으로 만든 금관과 장신구, 불상, 토기, 공예품 등 신라의 문화재 13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였지요. 우리 문화재를 해외에서 전시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많은 신라 문화재가 관람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金銅彌勒菩薩半跏思惟像·7세기 전반 제작·높이 93cm)이었습니다.

미국 언론은 이 반가사유상을 두고 “세계적 수준의 세련미. 그 아름다움이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평가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관람객들이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에 매료된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요?

○ 우아한 자태, 종교적인 미소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오른쪽 다리를 왼쪽 무릎에 올린 채 깊은 사색에 빠져 있는 미륵보살의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한쪽 발을 올려놓았다고 해서 ‘반가’, 깊이 생각하고 있다고 해서 ‘사유’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미륵보살은 56억7000만 년이란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이 세상에 찾아와 부처가 되고 많은 중생을 구제한다는 보살을 말합니다. 그 훗날을 위해 지금 도솔천에서 수행하면서 고뇌하고 사유하고 있는 것이지요.

오른 뺨에 살짝 갖다 댄 손을 볼까요. 사유의 분위기가 깊이 전해 오지요. 그 자태가 매우 세련되고 우아합니다. 동시에 단정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미소도 빼놓을 수 없답니다. 그 미소는 매우 종교적이고 성스럽습니다. 그러면서도 인간적이고 편안하지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반가사유상 미소의 한없는 깊이에 푹 빠져든 것이지요.

○ 국보 83호와 국보 78호 반가사유상

우리나라 반가사유상에는 국보로 지정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국보 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높이 83.2cm)이지요. 국보 78호는 태양과 초승달이 결합된 모양의 보관을 쓰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여성적이면서 장식이 화려하지요. 반면 국보 83호 금동반가사유상은 봉우리가 셋인 산의 모습을 한 보관을 쓰고 있습니다. 목에 두 줄의 목걸이만 있을 뿐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에 비해 별 장식이 없습니다.

이들 반가사유상은 모두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중앙박물관의 불교조각실에 가면 반가사유상을 전시하는 독립된 공간이 있어요. 어둑어둑한 전시실은 매우 신비로운 분위기입니다. 이곳에서 두 불상을 몇 개월씩 교대로 전시합니다.

○ 반가사유상은 얼마나 비쌀까?


잠깐, 세속적인 궁금증이 하나 떠오르네요. 이들 국보는 과연 얼마나 할까요? 국보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얼마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그 가격을 추론해볼 수는 있어요. 보험가를 알아보는 일이지요.

국보 78호 반가사유상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은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문화교류전에 출품할 당시 5000만 달러의 보험에 가입한 바 있어요. 그때의 환율로 계산해보면 약 400억 원. 이번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특별전에 출품할 때는 보험가를 약 500억 원으로 평가했습니다. 국보 78호의 경우, 1998년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한국실 개관 기념 특별전에 출품할 때 300억 원짜리 보험에 가입했었지요.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재답게 보험가도 엄청나지요?

○ 해외 반출을 둘러싼 논란


그런데 지난해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메트로폴리탄 전시를 앞두고 논란이 일었어요.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전시에 내보낼 것인지, 말 것인지의 논란이었지요.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을 미국 전시에 출품하기로 하자 이를 두고 찬반 의견이 나왔던 겁니다. 찬성 의견은 세계 최고인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리는 신라 특별전에 출품해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자는 것이었습니다. 반대 의견은 우리 최고 문화재를 해외에 너무 자주 내보낼 경우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었지요. 찬성 의견이 관람객을 위한 문화재 활용과 홍보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반대 의견은 문화재 보존을 더 중시한 것이지요.

논란 끝에 결국 반가사유상은 바다 건너 메트로폴리탄 전시에 출품되었습니다. “문화재 보존 관리가 가장 중요하지만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특별전이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라는 점을 고려해 해외 반출을 승인한다”는 것이었어요.

문화재는 이런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답니다. 활용을 우선할 것인지, 보존을 우선할 것인지의 문제이지요. 활용도 하고 보존도 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선택과 판단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랍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