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1954∼ )
내 꿈속에 꽃이 핀다면
저런 형상으로 필 것이다
신이 내 꿈속의 마을을 방문한다면
그는 바로 저 빛깔의 사리를 입고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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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별들을 모두 잠재울 노래를 부른다면
그는 바로 저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볼 것이다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아기를 잠재운 어머니들이
비로소 떠나고 싶은 한세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저 꽃의 순결한 그늘일 것이다
동무여, 가난한 내 노래는
한 잔 2루피 찻집의 호롱불보다 침침하고
환멸과 탄식으로 가득 찬 내 영혼은
그믐의 조각배 위에 위태롭게 출렁거리나니
언젠가 한번 꼭 피거든
이 꽃만큼만 피어라
언젠가 한번 빚을 죽음이거든
이 꽃만큼만 처절하게 시들어라
젊은 날에 푹 빠져서 읽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한 구절, ‘편도나무여, 내게 신의 이야기를 하여다오/그러자 편도나무는 활짝 꽃을 터뜨렸네’가 뭉클 떠오르게 하는 시다. 보순토바하는 ‘봄의 말, 또는 봄의 노래라는 뜻을 지닌, 느티나무만큼 큰 꽃나무’인데 노란색 꽃이 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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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못지않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를 써온 한 시인이 이제껏 써온시를 가난하고 침침하게 느끼고, 제 영혼이 환멸과 탄식으로 가득 찬 걸 깨닫게 하는 이국의 봄나무 보순토바하. 너무 큰 것은 사람을 압도한다. 아름다움도 마찬가지다. 시인은 압도당하면서 찬미하고 다짐한다. ‘언젠가 한번 꼭 피거든/이 꽃만큼만 피거라!’ 죽음을 걸고 처절하게 아름다우리라. 지극한 그 노래는 지상의 삶, 그 환멸과 탄식의 고단한 때를 부드러이 씻어 주리라.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