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해외여행… 대저택 해킹타운 구상도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주범인 해커 김모 씨(21)와 최모 씨(21)는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해킹을 시작해 검은돈을 벌어들였다. 이들은 해킹으로 빼돌린 개인정보를 팔아 번 돈(약 1억 원)보다는 100개가 넘는 도박사이트를 해킹해 승부를 조작하거나 운영자를 협박하면 더 큰 돈을 안정적으로 챙길 수 있음을 악용했다.
경찰이 이들에게서 압수한 영업장부를 보면 1월 25∼27일에만 도박사이트에서 1699만 원을 챙겼다. 하루 평균 500만 원이 넘는 돈을 번 셈. 경찰은 “이들은 ‘더 많은 도박사이트를 해킹해 30억 원 이상을 모아 필리핀이나 국내에 방이 여러 개가 딸린 대저택을 구입한 뒤 해커들을 늘려 큰 판을 벌일 계획이었다’고 털어 놓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고급 휴양지인 필리핀 클라크과 앙헬레스 등으로 친구들과 함께 4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여행경비는 모두 이들이 냈으며 현지에서 술집 등 유흥가를 휩쓸고 다녀 업주들에게 ‘황태자’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10달러짜리 식사를 한 뒤 여종업원에게 100달러를 팁으로 주기도 했다. 숙소는 주로 400만 원이 넘는 월세를 내는 고급 빌라를 빌린 뒤 미모의 가사도우미 서너 명을 고용해 한 달 이상 묵기도 했다. 주로 자금 관리를 맡았던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리가 클라크에 뜨면 술집 사장들이 앞다퉈 안내할 정도였으며 한 차례 여행에 2000만 원이 넘는 돈을 쓰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친구들까지 범행에 끌어들였다. 대학생과 회사원인 친구들은 해커들의 호화 생활을 보고 ‘같이 일하면 좋은 음식과 술을 마시고 큰돈도 벌 수 있다’는 꼬임에 쉽게 빠져들었다. 유년 시절 미국으로 5년간 유학을 떠났다가 귀국해 국내 대학에 들어간 A 씨(21)는 지난해 10월부터 해킹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컴퓨터 프로그램에 기록하는 작업을 하다가 불구속 입건됐다. 지방 전문대를 졸업한 뒤 지난해 한 중견기업에 월급 200여만 원을 받는 기술직 사원으로 입사한 B 씨(21)도 1월 현금 인출 업무를 맡아 범행에 합류했다가 함께 입건됐다. 대포 통장을 개설하는 데 명의를 빌려준 친구들에게는 용돈을 두둑하게 챙겨줬다.
결국 한탕주의에 물들어 범죄의 늪에 빠진 20대 철부지들의 꿈은 산산조각이 난 채 막을 내렸다. B 씨는 “친구 최 씨가 해외에서 돈을 마음대로 쓰는 것을 보여준 뒤 ‘인터넷에서 신상정보 털어 돈을 버는 것이 무슨 큰 죄가 되겠느냐’고 회유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 B 씨가 처음엔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듯했으나 주범인 친구들이 구속되자 눈물을 흘리며 범행을 후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