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 노예’ 후폭풍… 신안 염전업자들 자성과 호소
“염전 인권유린 사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착한 소금’을 만들도록 도와주세요.”
전남 신안은 일명 ‘염전노예 사건’으로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천일염생산자협회는 인권침해와 1년 이상 근로자 임금을 체불한 염전이 40여 곳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염전은 천일염을 판매한 뒤 임금을 한꺼번에 정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1년 이상 임금을 체불한 업주는 나쁜 의도를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전남지역 염전이 1025곳임을 감안하면 문제를 유발한 곳은 전체의 4% 수준에 불과하다. 대다수 선량한 천일염 생산자들은 염전 인권유린은 반드시 근절돼야 하고 인력수급 등 생산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 염전 근로자 25%는 장애인
일부 장애인은 월급 통장을 관리할 능력이 없어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염전 노예 사건으로 경찰에 처음 구속된 강모 씨(53)의 염전에서 7년간 임금 8000만 원을 받지 못하고 일한 장애인 박모 씨(53)의 경우 지적수준이 초등학생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주 강 씨는 이런 점을 알고 박 씨 명의의 통장에서 장애인연금 1000만 원까지 가로챘다.
일부 천일염 생산자들은 재발방지책으로 “일용직 근로자들을 고용하거나 장애인은 아예 고용하지 말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고용금지는 또 다른 차별을 부를 수 있는 상황이다.
○ “착한 소금을 만들자”
일부 염전 업자는 파문이 발생한 뒤 “소금 생산을 그만두겠다”는 입장을 협회에 전했다. 인력을 구하기 힘든 데다 가격마저 생산가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천일염 생산기반 붕괴와 가격급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박형기 천일염 생산자협회장은 “11년간 소금을 생산하면서 흑자를 낸 건 4년에 불과하다. 천일염 가격이 생산원가인 kg당 550원 선을 유지해야 양질의 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천일염생산자협회는 26일 국회 세미나에서 염전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안과 근로자 채용 시 장애인·수배자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여건과 급여 수준에 대해 건의할 계획이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