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인접 ‘스페이스 22’ & 부암동 주택가 ‘공간 291’
# 특급 호텔의 스카이라운지가 부럽지 않다. 서울 강남역 네거리에 자리한 22층 건물의 맨 위층에 개관한 ‘스페이스 22’의 전망은 빼어나다. 전시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크지만 군데군데 열린 창문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덤이다.
# 서울 종로구 부암동, 한적한 산길의 정취에 빠져본다.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촬영지로 유명한 찻집으로 향하는 언덕배기를 걷다보면 ‘공간 291’이 나타난다. 거실 통창으로 햇빛이 쏟아지는 소박한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이라 더 정겹다.
서울 강남역 부근의 고층건물 22층에 자리한 ‘스페이스 22’(왼쪽 사진)와 종로구 부암동의 한적한 골목에 들어선 ‘공간 291’이 잇따라 개관했다. 사진 기획전 중심의 비영리 대안공간으로, 앞으로 두 공간의 활동이 주목된다. 스페이스 22·공간 291 제공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인접한 미진프라자에는 각 층마다 성형외과, 안과 같은 병원들이 포진해 있다. 엘리베이터 안내판엔 21층까지만 적혀있으나 22층에 내리면 ‘스페이스 22’가 반겨준다. 꽤 널찍한 전시장. 500원에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전망 좋은 라운지, 강의실을 갖췄다. 지금은 최연하 큐레이터가 기획한 2인전이 열리고 있다. 성형수술을 한 여성들의 충격적 모습을 선보인 여지(29), 고층 빌딩 옥상에 오른 자신의 아슬아슬한 모습을 직접 촬영한 안준(33)의 작업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무료(일요일 휴관). www.space22.co.kr
이 공간의 씨앗은 다큐멘터리 사진가 성남훈 씨에게서 사진을 배운 사람들의 모임인 ‘꿈꽃 팩토리’에서 심어졌다. 1기 회장 윤승준 관장, 2기 회장 정진호 대표가 구상 이후 1년 반 만인 지난해 12월 말 문을 열였다. 윤 관장은 “우려도 많았으나 5년 계약을 맺었으니 안정적으로 차근차근 운영해 나갈 것”이라며 “15년 이상 작업해온 중견작가를 조명하는 등 우리 색깔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건물의 최대주주 정 대표는 다른 주주를 설득해 한 달 임대료 20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비영리 전시장으로 바꾸게 했다. 정 대표는 “좋은 일 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있겠나. 장기적으로 보면 문화공간을 통해 건물 가치를 높이는 일도 되는 것 아닌가”라고 담담히 말했다. 사진가, 동호인, 건물주주 등 17명의 운영위원들이 매달 20만 원씩 내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는데 곧 협동조합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 신진작가를 위한 ‘공간 291’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