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2, 3년 뒤면 새 단계 도달… 고위급 대화 중에도 핵시계는 작동朴정부 임기중 南北 운명 갈림길에 미국 핵우산은 총알 장전안된 빈총, 북핵 위력에 한미동맹 변질될 수도정부내 대화派, 북한 시간벌기 도와… 남은 길은 對이란 방식의 제재 실현
배인준 주필
북한은 현재 플루토늄 핵 10∼12기 등 19기 안팎의 핵무기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 3년 뒤면 2배쯤 가질 수도 있다. 능력과 재료가 있으면 핵무기 하나 만드는 데 2, 3주면 된다. 소형화 기술이 있으니 같은 양의 핵물질로 더 많은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 이대로 두면 북한은 최소 50기까지 핵탄두 보유량을 늘려 인도 파키스탄처럼 실질적 핵보유국이 될 것이다. 며칠 전 남북 고위급이 마주 앉은 순간에도 북한의 핵 시계는 계속 돌아갔다.
저들이 핵을 쥐고 있는 한, 남북 간의 어떤 대화도 평화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북한의 현 체제가 지속되고 핵 능력이 확실해지는 날, 김정은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외칠지 모른다. 김정은의 통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과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대한민국 국민과 북한 주민이 함께 자유롭게 숨쉬는 그런 통일이 아니다. 남북한 7500만 누구나 장성택 꼴이 될 수 있는 ‘김씨 왕조의 한반도 완정(完整)’일 뿐이다.
미국의 핵우산이 북한의 핵사용을 상당한 정도로 제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억지(抑止)도 앞뒤를 합리적으로 재는 상대라야 통한다. 김정은 집단이 어떤 상황을 맞아 광기(狂氣)에 휩싸이면 북한 핵은 장전(裝塡)된 총과 같고, 미국 핵우산은 총알을 넣어야 당길 수 있는 빈총과 같다. 북한이 미국 어딘가에 핵탄두 탑재 대륙 간 탄도미사일을 떨어뜨릴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면 한미동맹도 변질될 수 있다.
핵개발이 계속되는 한, 북한이 다른 어떤 양보를 해도 대한민국이 이기는 게임은 될 수 없다. 설혹 북한한테서 과거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낸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대북 지원을 재개한다면 또 한번 저들의 핵개발을 응원하는 ‘대한민국의 무덤 파기’가 될 것이다.
북핵의 대화 해법은 20수년간 북한의 속임수에 놀아나고 핵개발 자금과 시간만 제공했다. 그럼에도 외교부 통일부 등에는 ‘북핵 문제는 대화로 풀 수밖에 없다’는 대화파(派)가 여전히 득세하고 있다. 북한 핵은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북한 간의 문제라는 선 긋기까지 한다. 물론 무력 공격으로 북한 핵을 제거하는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우리도 핵무장하자는 주장도 자기모순을 극복하기 어렵다. 집요한 제재로 북한의 핵개발 득실관(得失觀)을 수정시키는 것이 그나마 남는 대안이다.
이란 핵문제가 불거진 지 11년 만인 작년, 이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미국 의회의 강력한 제재입법이 한몫을 했다. ‘이란과 거래하고 있거나 이란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 및 기관에 대한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 불허’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스라엘과 유대계 미국인들의 로비가 미 의회 입법에 크게 작용했다.
눈물방울로 바위를 뚫기보다 어렵더라도 북한 핵은 폐기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중국 미국 등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설득해내야 한다. 당국자들은 자신이 국장 2년, 차관 2년, 수석 2년, 장관 2년 할 동안만 무사히 넘기면 된다는 식의 기회주의와 안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핵 앞에서 “나는 평화주의자”라고 말하는 고위 관료는 짐을 싸야 마땅하다.
박근혜 정부 임기 중에 북한 핵과 김정은 체제, 그리고 대한민국의 운명도 갈림길에 설 것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이 거론되는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이 북한 핵과 김정은 체제에 대해 근본적 통찰을 할 때이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