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시공간에서 만나는 두 전시‘6-8’전 & ‘보이지 않는 사람들’전
정규 전시장을 벗어나 관객이 미술관 구석구석을 찾아다녀야 하는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저녁 시간에 문을 여는 아트선재센터의 ‘6-8’전의 경우 리경 씨의 레이저 피라미드(위쪽 사진)가 정원 속 한옥에 등장하고 옥상과 기계실에도 작품이 배치됐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보이지 않는 사람들’전은 실제 난민을 본떠 만든 미니어처 인형이 건물 곳곳에 숨겨져 있다. 아트선재센터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 율곡로 아트선재센터도 관객 참여로 완성되는 ‘6-8’전을 마련했다. 정규 전시공간은 비워두고 그 외의 공간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꾸몄다. 정원에서 옥상까지 건물 안팎을 두루 활용하고 관람시간을 오후 6∼8시로 정하는 등 낯선 시공간과 조우하는 기회다. 참여 작가들이 각기 장소를 선택해 맞춤형 신작을 내놨다. 3월 29일까지. 02-733-8945
획일적 틀에서 벗어난 이들 기획전을 둘러보면 언제 어디서나 전시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퍼즐 맞추기처럼 관객이 일일이 작품을 발견하고 전시의 의미와 맥락을 스스로 추리하는 능동적 재미를 선사한 점에서 돋보인다. 둘 다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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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무렵 문을 여는 ‘6-8’전에선 전시장으로 사용된 적이 없거나 관객에게 공개되지 않은 유휴공간에 설치, 영상 등 13점을 선보였다. 건물 보수를 계기로 공사 중에도 미술관을 닫지 않고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기획되었다.
로와정(노윤희 정현석)의 경우 건물을 한 바퀴 돌아보도록 5군데에 작품을 배치했다. 정문 옆 주차요원 초소에선 화려한 조명이 번쩍거리고, 정원에선 잡지를 오려낸 나무가 불빛을 받아 무성한 나무처럼 보인다. 직원용 내부계단에는 플라스틱 생수병과 나뭇가지로 제작한 현대적 목어가 등장하고, 미술관을 나가면 한 줄로 늘어선 외벽 조명등에 드로잉이 숨겨져 있다.
염중호 씨의 작품은 엉뚱한 상상력으로 미소를 선사한다. 정원의 환풍구와 배수구에 원래 있던 돌인지 작품인지 영 헷갈리는 돌맹이가 그의 작업이다. 그 옆 한옥에는 리경 씨의 레이저 피라미드와 사운드를 결합한 작품이 등장했다. 한옥 작업을 처음 시도한 작가는 “동서양 공간은 달랐다. 공간을 점령하거나 압도하는 식의 작업은 한옥에선 안 통했다”며 “한옥의 숨어 있는 선을 찾아서 관객의 몸과 공간이 하나가 되는 느낌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6명의 작가로 구성된 프로젝트팀 이악은 미술관 3층의 기계실 복도 옥상에 흥미로운 작품을 내놨다. 기계실에선 육중한 기계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사운드 작품이, 옥상에 올라 나침반이 장착된 손전등을 비추면 그 방향에 따라 주변 학교와 카페에서 채집한 소리가 이어폰으로 흘러나온다. 옥상 위 온실은 이원우 씨의 작품. 안개로 자욱한 공간에 들어가서 세상천지에 혼자 남은 듯한 낯선 체험을 할 수 있다.
○ 찾아야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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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