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은 차량 운전자에게 전방 주시(注視) 의무를 지운다. 사람 눈은 두 방향을 동시에 볼 수 없기 때문에 운전자가 차 안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쪽으로 곁눈질하면 전방 주시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주행 방향에 DMB를 놓는다고 해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주의가 분산될 뿐 아니라 눈의 초점거리가 달라져 멀리 있는 물체는 망막에 제대로 상이 안 맺히게 된다.
10일 밤 부산 광안대교에서 자동차끼리 경미한 충돌 사고가 일어난 뒤 운전자가 수습을 위해 다리 위로 내렸다가 다른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사람을 친 차량에 장착된 DMB에선 소치 겨울올림픽이 중계되고 있었다. 재작년에도 25t 화물차 운전자가 DMB를 보며 운전하다 도로 주행을 하던 사이클 선수들을 치어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해양부 조사에서 운전자의 33%가 “운전 중 가끔 또는 자주 DMB를 본다”고 답했다. 한 트럭 운전자는 본보 취재팀에 “심야에 고속도로를 60∼70km의 저속으로 달리는 트럭은 십중팔구 DMB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운전 중 DMB 시청은 음주운전보다 위험하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DMB를 보면서 운전할 경우 전방 주시율은 58.1%로 크게 떨어진다.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 상태로 운전할 때의 71.1%보다 훨씬 낮다. 국내 사망 교통사고의 원인 중 전방 주시 태만이 63%로 신호 위반, 과속, 음주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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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차량의 상당수가 DMB 수신 기능이 있는 내비게이션 기기를 달고 있다. 달리는 차량의 DMB 시청을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기존에 어떤 기기를 쓰고 있든 상관없이 운전 중 TV 시청이 불가능하도록 차단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차단 의무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운전자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