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체포된 후 관아의 신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하늘나라로 가든지 지옥으로 갑니다. 죽은 이는 집에 남을 수 없고 또 남아 있어야 할 영혼도 없습니다. 위패들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닙니다. 그저 나무토막에 불과합니다. 제가 어떻게 그것들을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여겨 받들 수 있겠습니까.” 선교사도 들어오지 않던 시절 자생 천주교인으로서의 자의식이 놀라울 뿐이다.
▷제사 금지는 중국에서 비롯됐다. 처음 중국에 온 예수회 선교사들은 관용적 선교 방침에 따라 제사를 금하지 않았다. 나중에 프란치스코회와 도미니코회 선교사들이 들어오면서 제사를 우상 숭배로 보기 시작했다. 오랜 논란 끝에 1742년 교황 베네딕토 14세는 최종적으로 금령을 내렸다. 1790년 베이징 교구의 구베아 주교는 조선 신자들의 문의에 그 결정을 전했다. 그로부터 채 1년도 못 돼 제사 금지가 불러일으킨 기나긴 박해의 첫 희생자가 나왔다.
광고 로드중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