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장을 보러 대형마트에 가는 맞벌이 부부들은 종종 낭패를 본다. 한 달에 두 번 의무 휴업하는 날짜를 잊고 있다가 마트 앞에 가서야 ‘아차!’ 하고 발길을 되돌릴 때가 적지 않다. 재래시장을 살린다는 상생(相生) 취지는 좋지만 ‘이렇게 해서 정말 재래시장이 살아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서울시가 대형마트 규제 2라운드를 시작했다.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 영업 시작 시간을 오전 8시에서 10시로 늦추고, 영업 제한을 받지 않던 대규모 쇼핑센터 내 대형마트들도 한 달에 두 번 의무 휴업을 해야 한다. 서울시 자치구들은 지난해 구별 조례를 바꿨지만 마트 및 납품업체들과의 마찰을 우려해 시행을 미뤘다. 서울시는 최근 구청 실무자들을 만나 빨리 시행하라고 독촉하고 있다.
대형마트 규제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2012년 대형마트와 SSM의 출점을 제한하고, 한 달에 두 번 휴일을 강제함으로써 1라운드 규제가 시작됐다. 2년이 지난 지금 이 제도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한마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은 대형마트와 SSM의 의무 휴일에 전통시장 점포의 42%에서 매출과 손님 수가 늘었다는 조사로 서울시 규제를 정당화했다. 전주시는 전통시장과 동네슈퍼 매출이 10∼40% 늘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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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 시점을 택해 서울시가 단속에 나선 것도 의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조례가 개정됐는데 일선에서 적용이 늦어 직접 나선 것”이라고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콩나물 두부 등 51개 품목에 대해 대형마트 판매 제한을 발표했다가 소비자와 납품업체들의 반발에 철회한 적도 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이 소상공인의 표심을 잡아 재선(再選)에 성공하기 위한 ‘대형마트 옥죄기’라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