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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아픔 믿음으로 이겨낸 크라머와 켐커스코치

입력 | 2014-02-10 07:00:00

스벤 크라머.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밴쿠버올림픽 당시 코치 사인미스로 金 박탈
화해 후 다시 4년간 호흡…크라머 기량 향상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남자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제왕’인 스벤 크라머(28·네덜란드)와 그의 코치인 제라드 켐커스(47) 얘기다.

잘 알려진 대로, 크라머와 켐커스 코치는 4년 전 열린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관계가 틀어질 뻔한 치명적 사건을 겪었다. 이미 남자 5000m에서 금메달을 딴 크라머가 1만m에서 2관왕에 도전한 날이었다. 맨 마지막 조였던 크라머의 경기 전까지, 1위는 한국의 이승훈(12분58초55). 1만m에서도 적수가 없는 레이스를 펼친 크라머는 이승훈보다 4초05 앞선 12분54초50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만세를 불렀다. 그러나 이때 낯빛이 어두워진 켐커스 코치가 다가왔다. 레이스를 8바퀴 남겨둔 상황에서 켐커스 코치가 잘못된 사인을 내 크라머가 인코스를 2번 연달아 타고 만 것이다. 결과는 금메달 대신 실격.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몰랐던 크라머는 쓰고 있던 고글을 벗어 던지며 분노를 터트렸다. 켐커스 코치도 “재앙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괴로워했다.

그러나 반전은 그 후에 일어났다. 하루 뒤 마음을 추스른 크라머는 “켐커스 코치와 좋은 시간을 함께 해왔다. 그 일은 이미 벌어졌고, 어쩔 수 없다”며 “그만한 일로 좋은 지도자와 헤어질 수는 없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국민 역시 현지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다”, “두 사람이 다시 팀을 이뤄 또 금메달을 따면 된다”고 켐커스 코치를 지지했다.

두 사람이 다시 호흡을 맞춘 4년간, 크라머는 밴쿠버대회 때보다 더 완벽한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황제로 자리를 굳혔다. 켐커스 코치는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올해의 지도자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크라머는 8일(한국시간)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남자 5000m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오랜 믿음과 의리가 뒷받침된, 아름다운 금메달이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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