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여성도 아닌, 어른도 아이도 아닌 존재. 그는 인간이 아니다. 그에게는 마음이란 것도 없어 보인다. 기쁨도 슬픔도 즐거움도 아픔도 없어 보인다. 그저 호기심만이 있을 뿐. 그래서 그저 지켜만 본다. 인간들을, 인간들의 세상을 그저 무심히 바라만 본다. 어떤 만화 속 주인공인 그. 그가, 한 사람을 아주 오랜 시간 관찰하게 되었다. 늘 그랬듯 처음엔 그저 호기심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 계속 궁금했다. 그 사람의 다음 장, 다음 장이 계속 계속 궁금해 떠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 그 사람 곁에 머물게 됐던 그. 그런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 인생의 마지막 장이 펼쳐지려 하고 있었으니까. 그 마지막 장을 펼치려 방문을 열고 나가는 그 사람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그의 눈. 남성도 여성도 아니었던, 어른도 아이도 아니었던, 그래서 인간의 마음이란 것 또한 없었던 그는, 그 눈빛으로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인간의 마음이란, 괴로운 거구나.”
기쁨도 슬픔도 즐거움도 아픔도 없던, 그래서 그저 무심해 보이기만 했던 그의 눈이, 나는 처음으로 슬퍼 보였다. 무척, 아파 보였다.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데, 왜 나는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걸까?” 눈물이 그렁그렁한 후배의 눈에서 그의 눈이 떠올랐던 이유. “너무 이상하잖아. 사랑하면 행복해야지, 왜 아프냐고.” 그런데 어쩐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후배가 안쓰럽고 안타깝기보다는… 부러웠다. 인간의 마음이란 것은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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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등장하는 만화는 ‘불가사의한 소년’입니다.
강세형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