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는 판정 결과에 따라 수만명의 이해가 엇갈린다. 그래서 경마심판들은 경주마는 물론 기수의 사소한 동작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쌍안경까지 동원해 경주를 지켜본다. 사진제공 I 한국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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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호 한국마사회 심판위원장 퇴임
1987년부터 외길인생…‘경마계의 포청천’
“선수·경마팬·마주 수만명이 주는 중압감
떠나니 후련하지만 시원섭섭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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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55·사진) 한국마사회 심판위원장이 5일 퇴임식을 갖고 27년간의 경마심판에서 물러났다. 이 위원장은 “시원섭섭하다”며 경마심판을 마무리 하는 소감을 밝혔다.
경마 심판은 경주 진행을 총괄하는 자리다. 경주 순위 변경이나 실격 처분을 비롯해 선수나 경주마에 대한 제재가 모두 심판의 판단으로 결정된다.
이광호 심판위원장은 1987년 한국마사회에 입사해 경마심판 외길을 걸어왔다. 심판으로 재직하는 동안 대쪽같은 판정으로 ‘한국 경마의 포청천’으로 불린다.
그는 다른 말의 주행을 방해한 말의 순위를 변경하는 순위변경 기준을 처음 도입한 주인공이다. 심판위원장을 맡은 후에는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경마 관계자의 ‘투아웃(two out)’ 제도와 출발 후 100m 이내 진로변경 금지 등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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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고객을 진정시키기 위해 직접 관람대로 내려가 설명하는데 고객들이 순식간에 둘러싸 격렬하게 항의했다. 일부는 내 멱살을 잡고 따지기도 했는데 한참을 설명하고 심판실로 돌아와서 보니 와이셔츠 단추가 다 떨어져 있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광호. 스포츠동아DB
● 경주마 움직임에서 선수 작은 손동작까지…초인적인 집중력 요구
통상 경마 심판들은 경주로 전체를 볼 수 있는 관람대 6층 심판실에서 쌍안경과 모니터를 이용해 경주를 지켜본다.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경주마 10여 마리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선수의 손동작 등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면 날카로운 관찰력과 함께 집중력이 필요하다.
경주마다 초긴장 상태로 하루 12개 정도 레이스를 판정하면 녹초가 된다. 하지만 경주 후에도 심판들의 일과는 끝나지 않을 때가 많다. 판정에 불만을 가진 고객들이 심판실로 직접 찾아와 서너 시간씩 끝장 토론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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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