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모든 작곡가가 선율과 형식, 화성과 오케스트레이션에 두루 능통한 것은 아닙니다.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앨런 길버트 지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피아니스트 오조네 마코토 협연으로 연주하는 거슈윈 ‘랩소디 인 블루’도 오케스트레이션에 남의 손을 빌린 작품입니다.
거슈윈은 제대로 된 음악교육을 받지 못하고 악보점이나 극장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음악을 익혔습니다. 이후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야심작 ‘랩소디 인 블루’를 구상했지만 제대로 오케스트레이션을 할 자신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관현악에 일가견이 있던 다른 작곡가 퍼디 그로페에게 마무리 작업을 맡겼습니다. 1924년 발표된 이 작품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대로 대성공을 거두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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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슈윈을 도왔던 그로페는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는 미국 서부의 대자연을 묘사한 관현악 모음곡 ‘그랜드캐니언’을 발표해 주목받는 관현악 거장으로 떠올랐습니다. 대협곡의 일출과 일몰, 큰 비를 묘사한 대작입니다. 이 작품 중 특히 세 번째 악장 ‘산길을 걷다’는 계곡의 바닥으로 내려가는 나귀의 또각또각하는 발굽 소리를 묘사한 선율로 한국인의 귀에도 친근합니다. 제가 어릴 때는 광고나 영화 배경음악으로 자주 나왔는데, 요즘엔 조금 뜸하군요.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