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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社 집단사표, 쇼였나

입력 | 2014-01-30 03:00:00

KB-롯데카드 임원 36명 모두 유임 “사태수습 핑계 대며 여론 눈치만”




1억 건이 넘는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와 관계사 임원 37명 중 실제로 물러난 사람은 농협카드 사장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회사들은 ‘사태 수습’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사의 표명이 비난 여론에 떠밀려 ‘소나기는 피하자’는 식의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 등 임원 27명이 제출한 사표를 아직 수리하지 않았다. KB금융 부사장 이하 집행임원 10명, 국민은행장 이하 은행 임원 8명, 국민카드 사장 이하 임원 9명 등 27명은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책임질 일이 있는 분은 선별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 KB금융 관계자는 “우선 사태 수습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KB금융이 카드사 임원의 사표만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28일 그룹 임원인사를 발표하면서 사퇴 의사를 밝힌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등 임원진 9명에 대한 인사 조치를 하지 않았다. 롯데 측은 “조속한 수습이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이번 인사에서 조치를 보류했다”고 밝혔다. 손경익 농협카드 사장만이 20일 사의 표명 직후 사표가 수리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사들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사태 수습 핑계를 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내부에서 “책임지는 모습 없이 물러나는 것은 면피용”이라는 기류가 흐르자 사표 처리가 중단됐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들이 물러난 줄 아는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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