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과부가 모여 ‘검은 과부들’이라는 조직을 만들면서 세계인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체첸의 테러단인 검은 과부들은 러시아엔 악몽이다.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 사건, 2010년 모스크바 지하철 테러 등 지난 10여 년간 숱한 인명을 앗아간 주요 테러에 이들이 관여했다. 러시아로부터의 분리 독립 투쟁을 벌이다 남편, 남자 형제를 잃거나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이라 적개심이 목숨에 대한 애착보다 강하다. 폭발물을 몸에 두르고 ‘꽝’ 하는 걸 순교로 받아들인다. 자폭한 여성들은 저승에서 죽은 남편이나 친척과 상봉할 수 있는 것으로 믿었단다.
▷다음 달 7일 소치 겨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검은 과부들이 소치에 잠입했다는 정보로 비상이 걸렸다. 역사상 가장 안전한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공언한 러시아가 수만 명의 경찰과 군인으로 삼엄한 경계망을 구축했지만 검은 과부들에게 뚫린 모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테러 공격에 대해 인명 피해를 불사하는 강경 진압을 하지만 검은 과부들의 활동을 위축시키지는 못하는 것 같다. 미국과 러시아의 합참의장들이 미국의 대(對)테러 전자장비를 러시아에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