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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씬 체질 원하시나요 고기 6주만 끊어보세요

입력 | 2014-01-22 03:00:00

장내세균 바꾸기 실험해보니




‘지글지글’ 삼겹살이 잘 익었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대리석 무늬의 지방에선 투명한 기름이 배어나오고, 껍질은 살짝 투명해진 것이 쫀득해 보인다. 나도 모르게 젓가락을 들었다가 황급히 내려놓았다. 휴∼. 장내세균을 바꾸기 위한 지난 6주간의 노력이 자칫 수포로 돌아갈 뻔했다.

장내세균은 누구나 몸속에 수백조 마리씩 키우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런 장내세균은 사람의 체질, 특히 비만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더 찌는 사람은 장내세균이 원인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몸에 있는 장내세균을 바꿀 수는 없을까.

기자는 서울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10월 4일부터 45일간 ‘육류 금식’ 실험을 했다. 실험 전후 장내세균 변화는 미생물군집분석연구소 천랩에 채변 샘플을 의뢰해 분석했다.

6주 뒤 장내세균의 변화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전체 장내세균 중 75.7%를 차지하던 피르미쿠테스 세균의 비중이 47.3%로 줄었다. 반면 15.7%에 불과했던 박테로이데테스 세균은 47.7%로 늘었다.

김봉수 천랩 생물정보연구소장은 “일반적으로 비만인 사람일수록 피르미쿠테스 세균이, 마른 사람일수록 박테로이데테스 세균이 많다”며 “장내세균 구성이 비만 체질에서 마른 체질로 바뀐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의 체중도 한 달 반 만에 3kg가량 감소했다.

피르미쿠테스 세균은 에너지를 과잉 저장해 비만을 유발하는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성 지방에 민감해 오랫동안 육류를 섭취하지 않았더라도 육류를 먹는 즉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박테로이데테스 세균은 열량을 과잉 섭취하는 사람의 장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장내세균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비만뿐 아니라 질병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실험에서 섬유질 섭취를 많이 할수록 늘어나는 패칼리박테리움 세균은 증가했다. 패칼리박테리움은 항염증 작용을 해 크론병이나 염증성 장질환과 같은 면역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천랩을 이끌고 있는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면역체계를 유지하는 T면역세포의 80%는 장 속에 있다”며 “장내세균이 만들어내는 대사물질과 면역세포의 상호작용이 최근 의학계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장내세균을 바꾸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미국 듀크대 로런스 데이비드 연구원 팀이 지난해 12월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습관을 채식 또는 육식으로 5일만 바꿔도 장내세균의 변화가 나타났다.

오 교수는 “장내세균은 항상 이전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바뀐 식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혜 채널A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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