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치매의 증상과 대응요령
치매 초기 또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는 운동이나 예술활동이 증상을 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백세총명학교’에 참가한 노인들이 전통춤을 배우는 모습이다. 명지병원 제공
김상혁(가명·52) 씨는 지난겨울 중증 치매를 앓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회상했다. 맞벌이를 하며 어머니를 모시던 김 씨 부부는 바쁜 회사일, 자식 공부를 핑계로 치매 초기 증세를 보이던 어머니를 사실상 방치했다. 결국 김 씨는 어머니가 씻지도, 용변을 제대로 못 보게 되었을 때 어머니를 병원에 데려갔다. 그때 의사는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입원 9개월 만에 그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김 씨는 “조금만 서둘렀어도 이렇게 허망하게 가진 않으셨을 텐데”라며 울먹였다.
치매는 기억 자체를 못해
치매란 뇌에 생기는 각종 질병으로 인해 기억력 감퇴 및 이해력, 사고능력, 계산능력, 학습능력, 판단력 등 모든 뇌 기능의 복합적 장애가 온 것을 말한다. 문제는 65세 이상 노인의 80% 이상이 호소하는 ‘노인성 건망증’과 초기 치매 증세가 제대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가장 많아
두 번째로 흔한 것이 혈액 순환 장애로 인한 ‘혈관성 치매’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 특히 많다. 전체 치매의 20∼30%를 차지한다. 뇌 세포의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특히 매우 작은 동맥이 막혀서 발생하는 다발성 경색치매가 많다. 이 환자들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보면 세포가 죽어서 생긴 무수한 구멍을 관찰할 수 있다.
치매 증상은 크게 △인지기능 장애 △정신병증 출현 △운동장애 출현의 3단계를 거친다. 말기에는 3가지 증상이 모두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치매가 계속 진행되면 기분조절장애, 망상, 환각, 성격장애 등 정신병증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혈관성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에게서 우울증이 나타나고,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의 40% 정도가 “누가 우리 집에 들어와서 물건을 훔쳐간다”는 식의 피해망상에 시달린다. 이 교수는 “환자 가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치매환자의 정신증상이다”면서 “이는 결국 집에서 돌보던 환자를 병원이나 요양기관에 맡기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말기엔 신경세포의 손상으로 각종 운동능력이 상실된다. 특히 혈관성 치매가 흔하다. 자세나 걸음걸이가 변하거나 발음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병에 걸린 신경세포가 한꺼번에 흥분하면서 이상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약이나 시술로 증상 완화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아직까지 완치되지 않는 질환이다. 하지만 최근엔 경과를 늦추거나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엑셀론, 아리셉트 등 아세틸콜린 분해 억제제가 가장 많이 처방된다. 또 비타민E 등 항산화제, 콜레스테롤 강하제 등이 보조적 약물로 쓰여 증상의 진행을 늦춘다.
최근엔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생활습관 개선, 심리·운동치료도 널리 실시되고 있다. 한현정 명지병원 신경과 교수는 “초기 치매의 경우 뇌 건강에 좋은 식이요법이나 음악, 미술, 연극 등 예술치료가 증상 진행을 늦추는 데 효과적이다”면서 “조금이라도 치매가 의심된다면 즉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치매클리닉을 방문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