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개봉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열연 한혜진
《 리처드 도킨스의 사회생물학에 따르면 순정은 헛소리다. 수컷들이란 더 많은 종족을 퍼뜨리기 위해 아무 데나 들이댄다. 많은 여자와 만나야 좋은 유전자가 나올 확률이 높으니까. 수컷에 가까운 사채업체 영업부장 태일(황정민). 그는 병원에 누워 몸도 못 가누는 빚쟁이 노인을 병실에서 끌어내 돈을 받아낸다. 하지만 노인의 딸 호정(한혜진)을 보자 수컷에서 남자가 된다. 잠이 안 오고 가슴 한쪽이 아리다. 수협 여직원인 호정에게 받아낸 신체 포기 각서를 없애는 대신 데이트를 하자는 태일. ‘밀당’(밀고 당기기) 끝에 연인이 된 두 사람. 22일 개봉하는 멜로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이다. 》
한혜진은 ‘남자가 사랑할 때’에 대해 “쓸쓸한 남자 영화”라고 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항상 고 김광석, 김민기, 이문세 씨의 노래가 울려 퍼졌어요. 영화 분위기가 어떤지 아시겠지요?”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8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한혜진은 “촬영이 끝난 지 6개월이 넘었는데도 아직 태일과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영화를 본 친한 언니가 ‘사랑이 너무 하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내 왔어요. 치열하고 버겁고 무거운 세상이잖아요. 살아가는 이유가 사랑할 사람이 있어서이면 좋겠어요. 영화처럼요.”
영화의 제작사는 사나이픽처스. 수컷 냄새 풀풀 나는 ‘신세계’(2012년)를 만든 그 제작사다. 한 감독도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년) ‘부당거래’(2010년) 같은 ‘남자’ 영화의 조연출이었다.
“감독님부터 스태프까지 모두 여자 마음 모르는 숙맥들이에요. 마음을 연 호정이 태일과 계단에서 키스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호정이 더 적극적으로 들이대요. 이 장면을 한 감독과 남자 스태프가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남자들 눈엔 이럴 때 여자가 사랑스럽구나’ 하고 알게 됐죠.”
‘신세계’에서 화교 출신 조폭 정청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황정민. 이번 연기에도 물이 올랐다는 진부한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의 황정민(왼쪽)과 한혜진 커플. 극 중 두 사람은 여러 번 밥을 함께 먹으며 친해진다. 사나이픽처스 제공
“3개월간 군산에서만 찍었어요. 쓸쓸하면서도 정감 있고 서정적인 묘한 매력의 도시예요. 군산에서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요.”
지난해 7월 축구선수 기성용과 결혼해 영국에서 살림을 차린 그는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 촬영 때문에 한국에 머물고 있다. 영화는 지난해 봄에 찍었다. 그는 불륜을 다룬 이 드라마에 대해 “아내들은 몰입하고, 그런 아내들을 보며 남편들은 두려워하는 드라마”라고 했다.
“신랑이 카메라 앞에 서고 싶어 하는 저를 보고는 드라마 출연에 흔쾌히 동의해 줬어요. 이젠 영국에 살아야 하는 처지여서 연기가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토크쇼 MC도 다시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