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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소치 ‘위대한 도전’] 경쟁자 없는 연아, 링크 밖 견제자 물리쳐라

입력 | 2014-01-21 03:00:00

심판 60% 차지하는 유럽의 텃새… 러시아 선수에 후한 점수 가능성
日은 소치 스폰서 기업 앞세워 입김
美의 피겨계 영향력도 무시 못해




김연아 동아일보DB


‘피겨 여왕’ 김연아(24)는 겨울올림픽 2연패가 유력한 상황이다. 해외 언론들도 이변이 없는 한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경쟁자가 급부상했다. 경쟁자는 빙판 위가 아닌 빙판 밖에 있다.

19일 끝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유럽피겨선수권에서 러시아의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가 209.72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우승했다. 김연아가 받은 점수를 제외하고 역대 ISU 대회 최고점이다. 2위는 202.36점을 기록한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가 차지했다.

리프니츠카야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두 번의 롱에지(잘못된 날을 사용한 점프) 판정을 받았지만 감점은 거의 없었다. 첫 번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도 감점은 0점이었고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는 감점 0.2점에 불과했다. 김연아가 예전 롱에지로 0.2점 이상의 감점을 받은 것에 비하면 후한 판정이다. 소트니코바도 2개의 단독 점프에서 롱에지와 다운그레이드(회전 수 부족) 판정을 받았지만 각각 1.7점, 0.5점 감점을 받았다. 러시아 출신의 두 선수는 예술점수(PCS)에서도 5개의 요소에서 8점 후반대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번 선수권 결과를 두고 유럽 심판들이 개최국 러시아 선수를 밀어준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피겨 전문가는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이후 유럽 선수들이 올림픽 메달을 못 딴 것은 밴쿠버 올림픽이 유일하다. 소치 올림픽 피겨 심판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 심판들이 유럽 특히 개최국 러시아 선수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의 자금력도 김연아의 경쟁 상대다. 지난 시즌 ISU의 13개 공식 후원사 중 10개가 일본 기업이었다. 일본 기업들은 10년 전부터 ISU의 주요 스폰서를 맡고 있다. ISU에서 일본빙상경기연맹의 영향력이 높아진 것은 당연하다. 소치 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된 피겨 단체전은 일본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만든 종목이다. 또 매년 개정되는 피겨 규정도 일본 선수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아사다 마오(일본)는 트리플 악셀 점프를 실전에서 유일하게 시도하는 선수다. 2011년 이후 트리플 악셀 점프의 기본 점수가 올라간 것은 아사다를 위한 ISU의 룰 개정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오랜 기간 유럽과 함께 피겨계를 양분했던 미국빙상경기연맹의 외교력도 이번 소치에서 경계해야 할 존재다. 그레이시 골드(19) 등 신예들을 내세운 미국은 2002년 이후 놓친 금메달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한 피겨 심판은 “피겨계에서 아직 미국의 외교력은 최고다. 미국연맹의 입김을 ISU는 물론이고 올림픽 관계자들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완벽하게 연기를 마치지 못하고 한 번만 실수했어도 메달 색깔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피겨는 예술점수 등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이 판정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소치 올림픽에서 한두 번의 실수만 저질러도 억울한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