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 외국인투자옴부즈맨
정부는 국회를 설득하여 외국인투자촉진법을 개정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기업과 합작투자를 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지역본부를 맞춤형 세제 지원으로 유치하기로 한 것은 외국인 투자 유치에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한국은 중국과 극동러시아의 거대한 대륙경제권과 미국과 일본 등 해양경제권 사이에 입지해 있다. 두 거대 경제권을 연결하고 우리나라를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다국적 투자허브로 만들어 간다면 1인당 소득 2만 달러 초반에서 7년째 멈춰 있는 한국경제를 도약시켜 선진국 반열에 올리고, 통일 한국을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러시아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를 늘리고 이익을 내면 한반도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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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를 타결하고 TPP에 합류하면 우리는 명실상부한 FTA 허브 국가가 될 수 있다. FTA 허브 국가는 통상의 자유화를 넘어서 투자의 자유화가 수반될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1980년대 후반까지 8%에 근접했다가 지금은 3%대로 내려앉았다. 잠재성장률은 노동스톡과 자본스톡 증가율 그리고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의 합계로 표시된다. 노동스톡 증가를 위한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의 효험은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국내외 투자 촉진으로 자본스톡을 늘리고 연구개발(R&D) 등의 확충으로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면 잠재성장률 향상으로 직결된다. 2007년에서 지난해 9월까지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잔액은 1564억 달러에 이르나 국내 유입 외국인직접투자(FDI)는 그 3분의 1에도 못 미쳐 515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 결손을 적극적 FDI 유입으로 메우면 성장, 일자리 창출, 기술 이전 등 다목적 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FDI 유치에서 후발국이다. 하지만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우리의 살길은 FDI의 적극 유치에서 찾아야 한다. 한마디로 투자 생산 소비에서 국경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생산과 서비스 활동이 이제 국경을 넘어 요소 가격에 따라 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왜 분화되는가. 이익이 더욱 나고 지속 가능한 성장 체제이기 때문이다.
동북아의 투자허브 국가가 되기 위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 싱가포르, 중국, 일본에는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지역본부가 각각 4000개, 516개, 139개 존재하고 있으나 한국에는 8개밖에 없다. 세계은행에서도 창업 등 기업하기 쉬운 나라로 우리나라를 상위 10개국 안에 랭크하고 있지만 강성 노조와 불법 파업 등이 한국의 투자 매력을 결정적으로 손상시키고 있다. 최근 철도노조 파업에서 목격한 바와 같이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개혁을 불법 파업으로 맞서는 상황에서 투자허브 국가는 점점 멀어만 갈 뿐이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노사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을 만들며, 우리 심성에 아직도 자리 잡고 있는 반외자 정서를 뛰어넘어야 한국은 동북아의 투자허브를 지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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