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츠 저 ‘저자로서의 인류학자’
최근 번역된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1926∼2006·사진)의 ‘저자로서의 인류학자’(문학동네)는 저자의 반열에 오를 만한 20세기 인류학자 4인방의 글쓰기를 분석했다. 프랑스의 구조주의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1908∼2009), 영국의 사회인류학자 에드워드 에번스프리처드(1902∼1973), 폴란드 출신의 영국 문화인류학자 브로니슬라프 말리노프스키(1884∼1942), ‘국화와 칼’로 유명한 미국의 여성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1887∼1948)다.
레비스트로스는 남미 원주민 현지조사를 토대로 ‘슬픈 열대’를 썼지만 그들 속으로 직접 들어가기보다는 자신이 구상한 보편적 텍스트 속으로 그들을 끌고 오는 전략을 취했다. 반대로 북아프리카 소수민족을 연구한 에번스프리처드는 ‘그곳에 있기’에 충실한 실증적 글쓰기로 인류학적 슬라이드를 구축하려 했다. 파푸아뉴기니 소수민족을 연구한 말리노프스키는 아예 그곳의 일부가 되고자 했지만 정작 그의 일기는 ‘목격하는 나’에 대한 회의로 가득 차 있었다. 베네딕트는 현지조사 경험이 거의 없이 문헌조사만으로 낯선 것(일본)을 친숙하게 만들고 익숙한 것(미국)을 낯설게 만드는 글쓰기로 미국인은 물론이고 일본인까지 사로잡았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