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갤러리 조환 개인전
반야심경을 소재로 한 조환 성균관대 예술학부 교수의 ‘무제’(2013년). 학고재갤러리 제공
송림과 연꽃, 매화 그리고 굵은 산줄기. 하지만 한 걸음 다가서면 작품 22점은 관객에게 새로운 질감을 선사한다. 잎사귀 하나하나 산세 고개고개를 그려 내는 것은 먹이 아니라 조각조각 붙여 놓은 쇳조각이다. 작가는 6, 7년 전부터 붓과 벼루를 버리고 쇳조각을 집어 들었다. 극과 극은 통하는 걸까. 철의 차고 드센 성질이 달빛 같은 조명을 받으니 은은하고 따스하게 살아난다.
백미는 반야심경 260자를 쇠로 다듬은 작품 ‘무제’(2013년). 행초체(行草體·행서와 초서가 섞인 글씨체)로 휘갈긴 글씨가 물안개 틈을 부유하는 것처럼 벽과 바닥을 수놓았다. 그 곁을 푸른 기운을 머금고 흘러가는 나룻배. “어지러운 세상을 넘어 극락정토로 갈 때 타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을 표현한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